브리핑: 그레이브 인카운터! 카메라를 향해 오프닝 멘트를 외칠 때만 해도 렌스와 그의 동료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겪을 일이 무엇인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초자연현상을 추적하는 TV쇼 <그레이브 인카운터>의 제작진 겸 출연자인 그들은 유령이 나온다고 알려진 버려진 정신병원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영매인 척 연기하는 그레이를 비롯해 실제로는 귀신을 믿지 않는 그들은 평소처럼 8시간만 대충 때우고 일정을 마치려 하지만 병원 곳곳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문이 저절로 쿵 소리를 내며 닫히거나 누군가 여성 스태프인 샤샤의 머리카락을 들어 올리는 현상을 카메라에 담으며 렌스는 시청률 대박의 냄새를 맡지만 병원의 원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적의를 드러낸다.
관람 포인트: 동명의 TV쇼 녹화 자료를 공개하는 형식의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전형적인 파운드 푸티지(어떤 영상이 발견되었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라 할만하다. <블레어 윗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의 흥행과 함께 대중적이 된 이 장르는, 하지만 이제 더는 신선하지 않다. <그레이브 인카운터>가 호러 영화로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보통의 파운드 푸티지처럼 조금씩 던진 떡밥을 회수할 때가 아니라 악령의 존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주인공들을 압박할 때다. 특히 그들이 처한 상황이, 닫힌 병원 문을 여는 걸로 해결될 차원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때, 귀신보다 무서운 폐소공포증이 관객 역시 압박한다.
집터까지 확인하는 일급 공인중개사 요청 지수 ★★★
영화 속 공포의 주체는 어둠으로 둘러싸인 병원 자체다. 뛰어오는 악령을 피해 다른 방에 숨더라도 적외선 카메라의 녹색 화면에 담긴 공간은 여전히 그로테스크하다. 집을 구할 때 괜히 풍수나 터를 확인하는 게 아니다.
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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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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