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강 수중보 철거 여부가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보는 물길을 막아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구조물이다. 서울시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6년 잠실대교와 김포대교 아래에 각각 잠실보와 신곡보를 만들었다. 잠실보는 상수원 확보 차원에서, 신곡보는 해수 역류 방지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건설했다.
한강 수중보 철거 여부가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범야권 유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철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부터다. 박 변호사는 지난 23일 서울 암사동 생태 습지 현장을 둘러보면서 "편의시설은 필요하지만 한강의 자연조건과 흐름을 파악해 생태를 최대한 되살려야 한다"며 "보는 한강을 일종의 호수로 만드는 건데 없애는 게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의 주요 주자인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보를 철거하게 되면 수돗물 문제까지 생긴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 최고위원은 "보를 없앨 경우 취수탑을 옮겨야 한다고 얘기를 했는데 이 경우 건설비가 수조원이나 든다"며 "옹벽들도 다 철거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식수문제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하는 게 아닌가"라고 맞섰다.
현재 양측이 한강수중보 철거여부를 놓고 가장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부분은 자연 생태계 복원 여부다. 철거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두 수중보를 허물고 자연에 맡겨두면 한강의 백사장이 돌아오게 돼 물고기도 돌아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팔당댐 등에 막혀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수돗물 문제도 엇갈리는 쟁점이다. 서울시는 현재 잠실보 위에서 약 400만t을 하루에 취수해 식수로 쓰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팔당댐의 하루 방류량이 1300만t에 이른다는 점에서 잠실보를 없애도 취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보가 없어질 경우 겨울철 한강엔 물이 없어 수질이 나빠지고 식수원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밖에 보가 없어진다면 오세훈 전 시장이 공약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전면 재검토도 불가피해진다는 점도 쟁점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