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국정감사장. 우제창 민주당 의원의 손에 1981년 4월3일자 신문 한 장이 들려있었다. 헤드라인은 '공산품값 인상자제'. 공정위가 출범한지 사흘째되던 날, 정주영 전경련 회장 등 경제 4단체장들이 모여 '공정거래 정착'을 위해 공산품 가격을 3개월간 올리지 않기로 '자율적'으로 결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우 의원이 "정확히 30년전 있었던 일"이라며 "최근 공정위가 이끌어낸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 수수료 자율인하와 판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공정위 업무보고에선 기업규제 완화, 진입규제완화를 외치고는 이제와서 추상같이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면서도 고추장, 아이스크림, 볼트, 너트 등 산업적 의미가 없는 소비재만 조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 의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시대상황이 달라지면 정책집행의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표정은 굳어있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면서 "적정이윤과 적정가격을 산출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전경련이 2008년에 사용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은 "공정위가 정신차리려면 겨울 얼음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가계통신지출에 부담이 되는 휴대폰 유통) 실태조사를 나간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공정위가 제대로 조사를 못할 것"으로 단정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가 물가를 잡겠다며 기업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소비자물가는 치즈와 참기름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이 모두 5% 이상의 상승했다. 기름값도 공정위의 압박으로 정유사들이 1달간 리터당 100원 할인 행사를 했지만 행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올라 9월21일 기준 리터당 1947.20원을 기록했다. 그 사이 주요 대기업들은 복사용지, 쓰레기통 등 사무용품까지 일감몰아주기로 싹쓸이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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