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선택할 때 이공계를 기피할 뿐 아니라 대학에 들어간 뒤 그만두거나 전공을 바꾸는 '이공계 엑소더스'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올 4월까지 4년 동안 전국 26개 국ㆍ공립대에서 자퇴한 이공계 학생은 2만8958명으로 전체 자퇴생의 64.2%에 이른다. 이공계가 아닌 다른 과로 옮긴 학생까지 더하면 3만3850명이 이공계를 떠났다.
서울대의 경우 전체 자퇴생 808명 가운데 543명(67.2%)이 이공계였고, 전과한 학생 58명 중 41명(70.7%)이 비(非)이공계를 택했다. 서울대를 포함한 9개 거점대학에서만 1만3749명이 떠나 이름 있는 국ㆍ공립대일수록 이공계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립대까지 합친 이공계 이탈 규모는 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왜 이리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중간에 마음을 바꿀까. 그들의 잘못이 아닌 우리 사회의 기술과 현장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말로는 과학기술 발전이 중요하다면서 행동으로는 기술인력을 하대한다. 공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늘어난다지만 여전히 인문사회계보다 적고 승진과 연봉에서 밀린다. 이공계 출신이 잡는 직장이 대기업이라도 지방 연구소나 공장, 건축현장이 많아 결혼 상대를 구하기 어려운 점도 작용한다.
이러니 전공 선택에 불만을 갖고 공대를 다니면서 사법시험이나 다른 공무원시험에 매달린다. 이제라도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에 들어가겠다며 과를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째 미달 사태를 빚었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대학, 산업계가 함께 사회경제적으로 이공계 인력의 소득과 평판을 받쳐주는 식의 접근을 해야 한다. 정부와 대학은 이공계 등록금을 낮추고 장학금 수혜율을 높이는 한편 교육과정을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내용으로 개편해야 한다. 기업도 관리직 임금이 현장기술직보다 높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웃 일본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만 15명으로 앞서가고, 인력대국 중국의 추격도 무섭다. 그 중간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려면 과학기술 인력 양성은 필수다. 미래 성장동력을 일굴 인재를 키우는 이공계가 황폐화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한탄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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