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는 올 시즌 전환점을 맞았다. 6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했고 장효조, 최동원 등 큰 별들이 세상을 떠나며 명예의 전당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야구계 전반에 걸쳐 공감대가 형성되자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고 최동원 감독의 빈소에서 “추진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야구박물관은 제주도와 경산 볼 파크에 각각 마련돼 있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과 야구박물관은 그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프로야구는 물론 출범 이전의 사료를 모두 갖춰야 한다. 현재 KBO는 자료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의 전당 건립은 야구박물관에 비해 그 해결이 한결 수월하다. 헌액 자격기준만 마련되면 언제든지 설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메이저리그의 기준은 어떠할까. 명예로운 자리에 이름을 올리려면 선수들은 풀타임으로 10년을 소화해야 한다. 투수와 타자의 기준은 각각 다르다. 투수는 200승 이상, 마무리는 500세이브, 타자는 3000안타 500홈런을 넘어서야만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 심사 자격은 은퇴 뒤 5년이 지나야만 갖출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기 수는 한국프로야구보다 훨씬 많다. 기록상으로 큰 차이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역사적인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는 1869년 최초의 프로구단을 창단했다. 최초의 메이저리그인 ‘내셔널 어소시에이션’은 한국프로야구보다 100년 이상 앞선 1872년 설립됐다.
프로야구는 이제 겨우 3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전설들이 우리 곁을 하나 둘씩 떠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필자는 이제는 우리도 별들을 마음속에 기리고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하게 하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기록이 아니더라도 야구인들의 영혼이 숨 쉴 수 있는, 많은 팬들이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후대를 위해서라도 꼭 마련돼야 한다.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주인공은 후배들이다. 선배들의 발자취는 한국프로야구의 역사이자 추억이며 재산이다. 지금부터라도 하나로 힘을 모아 ‘명예의 전당’ 설립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과거의 기록이나 필름, 유품들이 허술하게 관리되는 행태에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두 전설의 비보에 최근 지인들로부터 빈소를 찾고 싶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시간과 금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공간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슬픔을 나누고 고인의 가는 길을 지켜드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과거 운동선수들은 사회적으로 환대받거나 대접받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추대는 의사, 변호사, 국회의원 등의 타이틀을 가진 자들의 몫이었다. 이들에 운동선수들은 한참 아래로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뒤로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떨친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 등이 국민들의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스포츠인들도 인정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양한 직업군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현 시대에서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이 ‘스포츠 명예의 전당’ 탄생의 초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끝으로 많은 야구팬들이 최동원 선배와 장효조 감독을 만나러 산소에 찾아가기보다 그 분들의 모습과 향기가 살아있는 명예의 전당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추억과 슬픔을 나누게 되기를 기원한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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