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지난해 A공기업에서는 10여명의 신입사원이 집단으로 회사에 집단으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입사했는데 초임연봉이 2400만원으로 현실적으로 너무 낮다는 주장이었다. 지방의 B공기업에서는 대졸신입사원이 입사 6개월도 안돼 관뒀다. 이유인즉슨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것도 서러운데 월급 170만원으로는 월세와 생활비도 빠듯하고 업무강도도 높아 수도권 공기업에 재입사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가 2009년 공공기관 신입직원 초임을 평균 15%깎은 이후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초임삭감이 확산돼 왔다. 이런 부작용이 속출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이 초임삭감철회를 촉구하고 나섰고 은행권의 총파업 결의에 신입행원 2000여명이 가세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신입직원과 공시생(공기업 입사준비생)은 앞으로 5년만 참는다면 연봉 격차에 대한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정부가 입사 2∼5년차까지 매년 물가상승률에 추가로 임금삭감 보전분을 반영해 임금을 올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르면 내주 중 서면의결을 거쳐 공공기관 기존직원의 임금 인상은 낮게하되 2009년 이후 입사한 신입직원의 임금인상은 높게 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 방식으로 공공기관 예산집행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애초 입사 2년차부터 3~5년에 걸쳐 기존직원과의 임금격차를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밝혔으나 신입직원이 적은 기관을 고려해 2~5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 기간은 기관별로 단체협상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입사한 직원이 전체의 10% 수준으로 이들의 임금을 7~8% 인상하고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률을 0.5%포인트 낮춘 3.6% 정도만 인상하면 올해 4.1%인 공공기관 임금인상 지침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초임이 평균 15% 줄었지만 입사 이후 2~5년 동안은 임금인상률에 추가로 3%포인트 이상 올리면서 늦어도 입사 6년차부터는 기존 직원과의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는 추가로 재정을 지원하지 않고 해당 기관의 총인건비 범위에서 해결하는 원칙을 제시해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률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또 양대 노총이 주장한 초임의 원상회복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행을 유지하면서 매년 임금인상률만 반영하기로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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