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롤러코스터처럼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던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재정위기가 유로존 중심부 국가로까지 번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리스 국채의 최대 보유자인 프랑스 은행권의 부실화 가능성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BNP파리바, 크레디아그리콜과 함께 프랑스 3대 은행 중 하나인 소시에테제네랄(SG)을 이끄는 프레데릭 우데아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SG는 세계적인 은행 중 하나이며 가장 안전한 재무제표를 가진 은행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하려 노력했다. 그는 “유로존의 붕괴 등 시장에서 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재무상태를 본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SG는 자본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며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1963년생인 우데아 CEO는 프랑스 고위공직자의 산실인 ‘그랑제콜’ 국립행정학교(ENA)와 에콜폴리테크니크를 거친 ‘수재’다. 1987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 정부에서 일한 그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 재임기였던 1993년 당시 예산부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의 기술자문역을 맡아 인연을 맺기도 했다. 1995년 SG로 자리를 옮긴 우데아는 파리와 런던을 돌며 다양한 직무를 거친 뒤 2002년 부재무책임자로 올랐다.
2008년 SG는 두 차례의 위기를 맞는다. 그해 1월 투자은행부문 트레이더 제롬 케르비엘이 무단으로 선물투자를 감행해 49억유로에 달하는 손실을 입힌 것, 그리고 세계 금융위기 사태다. 다니엘 부통 회장이 정부의 퇴진 압력으로 사임하는 등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 CEO와 회장직을 겸임하게 된 우데아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쌓이는 가운데서도 남다른 수완을 발휘해 SG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등 유로존 재정위기국들을 시발점으로 확산된 부채위기로 SG는 다시 기로에 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4일 2위 은행인 SG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하향 조정하고 3위 크레디아그리콜의 등급도 한 단계 강등했다. 프랑스 은행권이 그리스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어 디폴트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으며 자금조달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SG는 앞서 12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인력감축과 사업부문 정리·자산매각 등을 통해 비용을 5% 절감하고 2013년까지 순익 40억유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43억 유로 규모인 그리스 국채 익스포저도 11억 유로로 줄였으며 “충분히 통제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우데아 CEO는 “세계 금융시스템의 변동성 위기를 완전히 회피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잠재적인 변동성 수준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관리 방안을 갖추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중심부 국가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SG와 크레디아그리콜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프랑스 은행권의 건전성은 확실하며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면서 그리스 구제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나섰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우데아 CEO와 SG가 이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