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가계부채가 사상최대인 900조원에 육박하면서 한국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가계저축률도 지난해 2.8%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가계의 빚은 느는데 저축은 바닥난 상황이다.
반면 대기업들은 현금이 넘쳐난다.15대 재벌의 사내유보금(투자를 유보하고 내부에 쌓아둔 돈)은 지난해 56조9000억원에 달해 3년전인 2007년에 비해 24조 7000억원이나 불었다. 가계는 쪼그라들고 대기업만 덩치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보다 기업 쪽으로 국가경제의 부가 편중되게 분배되는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노동자 몫과 기업몫의 합계 중 노동자 몫의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해 59.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60.9%보다 1.7%p 내려간 수치로, 36년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그만큼 기업몫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그 속도 역시 빠르다. 지난해 국민들이 실제 쓸 수 있는 돈(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전년대비 9.4% 증가할 때 노동자가 받는 돈(피용자 보수)의 증가율은 6.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영업잉여)의 증가율은 노동자들의 두 배가 넘는 16.4%였다.
박종규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이와 관련해 "자금이 기업부문에서 여타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하지 않으니 가계소득은 제대로 안 늘고 빚만 증가한다는 것이다.
황종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기업과 가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고용과 투자가 끊겼다"면서 "가계빚을 줄이기 위해서도 기업 고용과 투자에 유인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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