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40로 왜건까지 라인업 확대..지붕없는 차 출시 가능성에 관심 집중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컨버터블은 현대차의 성역?'
좌우 문짝이 다른 벨로스터, 중형 왜건 i40 등 실험성 강한 신차를 잇달아 출시한 현대차가 아직까지 주저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 세단은 물론이고, SUV, 쿠페, 해치백, 왜건까지 대부분의 라인업을 완성했지만 소위 '오픈카'로 불리는 '컨버터블'에는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대차지만 컨버터블 출시 계획은 현재 불투명하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지난 1일 부산에서 열린 i40 시승행사에 참석해 컨버터블 계획에 대해 고민스런 입장을 토로했다.
양 사장은 "컨버터블차를 검토는 했지만 고민이다"면서 "개발비용이 일반 신차 모델 개발 보다 많이 투입되는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컨버터블은 일반 차량보다도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사장은 "단지 지붕만 없애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면서 "고려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컨버터블을 아예 개발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스포츠쿠페인 투스카니의 컨버터블 모델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하기도 했으며 2005년에는 아반떼급 컨버터블 차량을 2008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컨버터블의 국내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점이 현대차가 개발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7월까지 국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6만대를 웃돌지만 이 가운데 컨버터블의 판매대수는 2000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델 가운데 미니 쿠퍼 컨버터블이 187대(쿠퍼S 컨버터블 포함)로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앞으로도 컨버터블을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컨버터블 역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성이 강조되면서 '지붕없는 차'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는 i40를 계기로 니치마켓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컨버터블 수요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컨버터블차는 더욱 필요하다. BMW, 아우디, 벤츠, 도요타, 크라이슬러, 닛산 등 전세계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은 이미 여러 종의 컨버터블 모델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현대차의 진지한 고민은 시작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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