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 성능 업그레이드 곳곳서 느껴져..3000만원대 가격은 고민
[부산=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자동차가 'i40'를 출시하면서 '중형왜건'이라는 표현 대신 '크로스오버 세단'이라는 낯선 수식어를 사용했다. '왜건'에는 승객보다는 화물 위주 차량이라는 의미가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 없던 새로운 차종을 출시하는 만큼 이미지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1일 선보인 i40는 철저히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만들어진 전략차종이다. 따라서 차량 곳곳이 유럽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예를 들어 헤드램프에 주간 전조등을 별도로 설치해 낮에도 불이 켜지도록 했으며 램프류 조작 스위치 역시 핸들 좌측 하단에 배열했다. 유럽 자동차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조치다.
부산에서 만난 i40 외관은 날렵해 보였다. 2006년 현대차는 '제너스'라는 콘셉트카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i40 디자인은 이 차에서 비롯됐다. 콘셉트카에 비해 전고는 낮췄고 전장을 키웠다. 그만큼 차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내뿜었다. 헤드램프는 날카롭고 강인해 보였는데, 독수리 눈을 상징화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또 국내 최초로 풀 어댑티브 HID 헤드램프가 장착됐다. 이는 운전 방향, 속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빛의 방향과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만큼 운전자의 주행 편의성을 높였다.
실내공간에는 구석까지 세심하게 손질한 흔적이 역력했다. 시원한 음료수를 둘 수 있는 글로브박스 기능, 열선 스티어링휠 등을 갖췄으며 수납공간도 곳곳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 모두 공간이 넉넉해 승차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핸들은 동급 차량에 비해 약간 작았는데, 잡아보니 뭔가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센터페시아에는 공조 및 오디오 등 버튼이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시동버튼을 누른 후 차를 움직였다.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웠다. 핸들 조작도 만족스러웠다. 고급스러움을 추구해선지 소음도 적었다. 특히 고속도로를 질주할 때 풍절음이 적었다. 크루즈컨트롤을 눌러 정속주행을 하자 실내는 더욱 차분해졌다.
현대차는 정숙성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고 한다. 엔진룸에 흡음재를 추가했으며 바람막이 차음 유리를 장착했다. 성능과 함께 소리에 민감한 고객들을 위해서다.
이날 시승차는 2.0GDi엔진이 장착된 가솔린 차량이었다. 공인연비 13.1km/ℓ, 178마력으로 르노삼성 SM5 보다도 우수하다고 현대차는 강조했다. 연비를 측정해볼 수는 없었지만 파워는 상당했다. 가파른 고갯길도 거침없이 올라갔고 코너링도 뛰어났다.
잠시 차를 대놓고 트렁크를 살폈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트렁크 공간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뒷좌석을 접으면 공간은 더욱 커진다.
트렁크 바닥에는 다른 차에는 없는 레일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화물의 크기에 따라 고정할 수 있는 장치로, 현대차가 개발과정에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트렁크 문은 단추 하나만 누르면 여닫는 게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가격대비 구매여부는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럽의 고소득층을 겨냥한 이 차의 가격은 2835만~3075만원. 옵션을 모두 장착한다면 가격은 200만~300만원 정도 더욱 높아진다.
중형과 준대형차 사이의 니치마켓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가격도 그에 걸맞게 책정했고, 여러 편의 사양을 고려할 때 오히려 저렴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결국은 고객들에게 고급스런 이미지를 얼마나 심어주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틀 간 사전계약대수는 약 500대 정도라고 한다.
부산=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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