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효과 있어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일~21일 회의에서 사상 최저수준인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실업문제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리가 지난 3년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했는데도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지 않고, 기업들은 수요가 없는 한 채용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금리인하 정책을 쓰기보다는 정부가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꾀하는 재정정책이 더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소비자 신뢰가 둔화되고, 주택가치가 하락한데다, 600만 명의 노동자가 6개월 동안 취업이 되지 않아 수요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Fed는 오는 20~21일 모임에서 주택담보대출금리에서 자동차 할부 금리에 이르기는 모든 금리를 낮추기 위해 1조6500억 달러의 포트폴리오에서 단기국채를 장기국채로 교체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웰스파고와 바클레이스캐피털, 골드만삭스그룹 등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하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장기국채 매입을 위한 자금을 연준이 조달하기 위해 단기 국채를 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2일 오후 2시15분 현재 2bp(0.02%포인트) 오른 0.2%를, 10년 물은 11bp 오른 2.017%를 각각 나타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달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회의 연설에서 “추가의 통화 부양책을 위해 쓸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갖고 있다”면서 “이들 도구의 비용과 편익은 20~21일 연준 회의에서 더 충분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실리비아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문제는 금리가 지난 3년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해와 사람들이 구매하도록 자극하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기업들은 수요가 없다면 채용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기업이 억지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그동안 2차례의 양적완화 정책을 폈지만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같은 전망을 지지한다.
미국 노동부가 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고용은 전혀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생겨난 일자리에서 사라진 일자리수를 제외한 ‘순신규 고용’이 0을 기록한 것으로 이는 1945년 2월 이후 약 66년만에 처음이다. 또 10만여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2010년 9월 이후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6만5000명 증가를 예상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9.1%를 기록했다.
민간부문 고용은 1만7000명 증가했지만, 시장의 예상치 9만5000명 증가에는 훨씬 못 미쳤다. 공공부문 일자리수는 1만7000개 줄었다. 주정부에서 5000개 늘었지만 지역에서 2만개 감소했다.
양적완화가 일자리 창출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ed도 6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채용에 주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7월13일 의회에서 “7월 말로 끝난 채권매입 프로그램은 향후 2년에 걸쳐 70만개의 고용 혹은 월 3만개의 추가 일자리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투입한 돈에 비해 일자리 증가는 미미한 셈이다.
엘런 젠트너 노무라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는 “경기전망이 불투명할 때 기업들은 신규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비아는 미국 경제는 하반기에 연율로 환산해서 1% 성장, 상반기(0.7%)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2009년 경기회복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벤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을 1%포인트 낮추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이 연간 5%에 근접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따라서 하반기 1% 수준의 성장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이에 따른 실업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볼티모어 소재 티로우프라이스(T. Rowe Price )의 앨런 레벤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는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더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도로와 학교, 교량을 건설하고 수리하는 것이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하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가 있다”면서 “적재정정책이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입안자들의 실탄이 모자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쏘는 총알의 구경이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8일 워싱턴 시각으로 오후 7시 의회에서 발표할 일자리와 성장률 제고방안이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버냉키의장도 같은 날 미네아폴리스에서 경제전망에 대한 연설을 할 예정으로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린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연준은 가교이며, 다른 기관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아무 곳과도 연결되지 않는 다리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딘 마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전면적인 3차 양적완화(QE3)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Fed가 보유한 채권의 평균만기를 연장하는 것도 많은 일을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하는 것은 연준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Fed는 1차 양적완화에서 1조2500억 달러 규모의 기관담보유가증권과 약 2000억 달러 규모의 주택기관채권을 매입했다. Fed는 2009년 3월18일 발표문에서 “이번 조치의 목표는 주택담보대출과 주택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해 8월 잭슨홀 연설에서 시사하고 11월 Fed가 승인한 2차 양적완화는 Fed가 발표문에서 밝혔듯이 미국 경제를 디플레이션 리스크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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