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적자투성이 공항의 운영권을 민간에 맡기려는 정부 의도가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민간업체가 적자공항을 운용해보겠다고 나섰지만 공항의 민간위탁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마련이 무산된 때문이다.
26일 국토해양부 등 유관기관 및 업체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항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안에는 항공사 및 공항운영자에 대한 서비스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국민 권익을 확대하는 내용과 함께, 기존 공공기관 외에 일반 민간사업자가 공항 운영에 참여함에 따라 공항운영자의 정의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공항공사나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위탁하는 경우 민간사업자도 공항 운영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유는 인천공항 때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은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야당 의원들간 대립각에 따라 법안은 좌초됐다. 야당에서는 청주공항에 화물기가 드나들 수 있게 활주로를 넓힌 후 운영권을 매각하라는 제안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공항 운영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으로 인천공항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박명식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인천공항은 국민주 방식으로 주식을 매각해 민영화하는 방식"이라며 "운영권은 인천공항공사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가 민영화를 추진 중인 청주공항 매각은 운영권 전부를 넘기는 방식이다. 반면 인천공항은 지분을 민간에 내놓는 방식으로 민영화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이번 법안과는 관계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로 이번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민간사업자의 공항 운영에 대한 법적 안정성에 틈이 생겼다.
박 국장은 이에 대해 "현행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는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외 '국토부 장관이 공항을 운영하는 자로 지정·고시한 자'도 공항운영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제처에서도 지적한 대로 법적 안정성이 떨어져 이번 법안을 마련했다"며 "오는 정기 국회에서 의원 입법을 통해, 항공법내 공항운영자로 민간사업자가 들어갈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현재 청주공항 매각작업은 흥국생명, 미국 공항민영화 관련회사, 국내 공항컨설팅 회사 등이 참여한 흥국생명컨소시엄이 수의계약을 통해 매수 의사를 밝히고 한국공항공사와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이는 2~3개 업체가 경쟁을 하는 구도가 아니어서 소송 가능성은 적다는 뜻이다. 다만 법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매각은 물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건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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