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시장 중도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서울시는 매우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서울시 직원들은 26일 오세훈 시장의 사퇴 발표가 전해지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공백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현안사업 표류다. 차기 시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서울시는 지방차지법에 111조에 따라 부단체장인 권영규 서울시 행정1부시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시민으로부터 직접 선택받은 시장이 아닌 권한대행인 만큼 시정은 기존 사업의 현상유지선에서 운영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정책 결정도 새 시장 취임 후로 미루기 십상이다.
가뜩이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후 올 2학기 초등학교 5~6학년 급식비 예산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행체제서 이를 결정하기 쉽진 않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이 제외된 무상급식 지원에는 서울시 교육청 예산 1162억원과 구청 예산 286억원이 들어간다.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해온 서울시는 그동안 시의회가 통과시킨 예산 695억원 가운데 450억원의 예산 집행을 거부해왔다.
올 2학기 당장 초등학교 5~6학년에게 추가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집행해야 하지만 대행체제가 이를 결정하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서울시가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한 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점도 대행체제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 시장과 함께 고위간부직에 있는 측근 인사의 잇단 사퇴가 예고된다는 점도 문제다. 오 시장의 측근 인사로 꼽히는 간부는 강철원 정무조정실장, 황정일 시민소통특보, 이종현 대변인, 김철현 시민소통기획관 등으로 꼽힌다. 서울시 최초의 여성 부시장인 조은희 정무부시장도 오 시장과 정치적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오 시장과 함께 동반퇴진하면 시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대행체제에 사실상 고위직 인사권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 간부의 퇴진으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하다.
새 시장 선출 후에도 승진 누락 인사들의 잇단 사퇴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 또 한 차례 소용돌이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서울시 고위 간부는 "시장과 일부 간부의 부재로 추진력이 다소 잃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 조직이 시스템화 돼 있는 만큼 시민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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