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러시아를 방문중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베리아 가스관건설을 비롯한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한반도종단철도(TKR)연결사업, 식량문제, 6자회담, 채무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북한이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와 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양국간 경제협력을 공고히 했다. 또 미국과는 지난 7월 뉴욕에서 북미회담을 하는 등 6자회담 당사자국인 중국 미국 러시아 등과 적극적인 외교를 벌이고 있다. 반면 남한쪽에는 금강산 재산 몰수를 선언하는 등 유독 강경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행태는 전형적인 남한 포위작전이라고 대북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변국을 통해 북한의 유연함을 과시하는 대신 남한에 대해선 강경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비핵화나 6자회담 등 이슈에 대해서도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의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해나가겠다는 의도다.
남측은 그동안 북측에 연평도.천안함사건에 대한 사과, 개성공단의 '3통(통행 통신 통관)'문제, 금강산관광은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요구해왔다. 북측은 이 요구조건들을 모두 넘기겠다는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연이어 접촉하는 이유는 주변국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남북협력의 주도권을 잡아가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남측의 현 정부와 마찰을 빚는 가운데 남한의 의지에 따라 남북관계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며 "앞으로는 북한이 먼저 마찰을 만들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대답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정부가 먼저 회담테이블을 만들고 의제를 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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