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서울 2011’ 가보니..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우리 집에 걸만한 그림 어디 없을까?'
한강과 남산을 끼고 서있는 하얏트 호텔에 지난 주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인파들이 북적였다. 친구, 연인, 가족 단위로 휴일을 이용해 우아하게 차려입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러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이곳에서는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아트페어’가 열렸다. 호텔 10층과 11층 두 개 층, 총 84개 객실의 침대와 욕실 곳곳에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작품들이 빼곡했다. 관람객들은 갤러리에서의 감상 때와는 달리 '내 방에 걸린 그림'을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주최측인 아시아아트넷은 행사기간 동안 관람객 수가 대략 1만 명 정도가 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 국내를 넘어 아시아 미술 접할 기회= 도쿄, 홍콩, 서울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펼쳐지는 이 행사는 서울에서 지난 2009년부터 3회째 실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아시아 62개 우수 갤러리, 4000여 작가의 4000여점의 작품들이 선보여졌다. 가격대도 10만 원대부터 20억 원까지 다양했다.
캔버스 그림뿐 아니라 알루미늄 선으로 돌돌 말아올린 후 찌그러뜨린 인물조각, 토르소(반신상)을 도자기로 형상화해 그래픽 작업을 통해 만든 영상물, 일러스트 등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전시됐다. 특히 이우환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 뿐 아니라 아시아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도 한데 모아 엿볼 수 있었다. 8개 일본 갤러리를 비롯해 싱가포르(3곳), 중국(1곳), 러시아(1곳)에서 참여했다.
객실 1038호에 마련된 싱가포르 포레스트 레인 갤러리의 공간에서는 싱가포르의 떠오르는 신진 여성작가 이에오 겍 칭(Ieo Gek Ching)의 작품 'Hunchback Tiger'(곱추 호랑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볼펜과 매직으로 작업한 작품이지만 지극히 아시아적인 느낌을 줬다.
일본 갤러리 중 키노슈 키카쿠(Kinosho Kikaku) 갤러리에서 선보인 작가 에이치 케이(H.K)의 작품은 여성의 얼굴과 몸이 투명한 실핏줄이 비춰지는 피부를 잘 살려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러시아 미술작품들은 서울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최초로 소개됐다는데 의미가 컸다. 행사장에서 만난 러시아 미술평론가 마리아 투르키나는 “소련붕괴 이전 러시아 현대미술 작품을 산 컬렉터들이 지금은 영웅으로 대접받을 만큼 러시아 미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데, 유럽시장에 러시아 작가들이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시아와 미국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 작가와의 대화=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국내 갤러리들은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곳들이었다. 많진 않지만 지역기반 갤러리들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부산에서는 3곳의 갤러리가, 광주와 제주에서는 각각 1곳에서 이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부산의 갤러리폼 전속작가인 나인주 작가는 나무토막을 이용해 부산의 옛 정취가 묻어나는 마을과 12간지 상을 빌려 인물을 묘사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해 사하구 감천동에서 주민들과 함께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벽화 및 조형물 작업과정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이를 작품으로 꼭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미술 시장 엿보기= 아트페어는 단지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이기에 앞서 미술현장의 흐름과 주요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전공자나 미술 관계자들에게는 미술현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오는 9월 미국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할 예정인 안지윤(여 19)씨는 “현대 미술 트렌드를 알 수 있어 좋았다. 캔버스 그림 외에도 정말 여러 형식과 내용의 미술작품들을 한꺼번에 구경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 미술투자에 관심이 있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강현옥(여 54)씨는 “100만원 내의 조그만 작품들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이를 집에다 걸어보면 어떨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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