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자동차의 뻥튀기 연비 표시를 체감 연비에 가깝게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진작 했어야 할 일이지만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하겠다고 나서 다행이다.
지경부는 시내 주행 외에 고속도로, 저온(-7℃) 환경 등 5가지 주행 상황을 감안하는 미국의 연비 측정 및 표시 방식을 내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하면 연비가 지금보다 평균 20% 하락하리라고 지경부는 예상했다. 차종에 따라 30% 이상 떨어지는 경우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처음으로 자동차의 '공인 연비'가 '체감 연비'에 비해 평균 20%나 높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자기 차가 이상하게도 기름이 많이 먹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차린 사람도 많겠지만 지경부의 발표를 듣고 이런 사실을 처음 알게 돼 배신감을 느낀 자동차 소유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3년에도 산업자원부가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의 차이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자동차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도입하기를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가 그동안의 노력으로 연비 관련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는 갖게 됐을 터이니 이번에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미국이 최근 백악관 주도로 자동차 연비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데서 보듯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한 연비 개선 및 관련 규제 강화가 세계적인 대세다. 이런 대외여건에 비춰도 자동차 연비 표시 제도의 개선은 더 미룰 수 없는 숙제이고, 이 숙제를 국제 수준에 맞춰 정직하게 제대로 풀어내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경부는 연비 표시 개선 방안을 연내 관련 규정에 반영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새 연비 표시를 내년에 출시될 자동차 새 모델에 우선 적용하고 기존 모델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한 점은 의아스럽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할 정도로 이 문제에 기술이나 비용상 난점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왕 개선하기로 했다면 일시에 한꺼번에 전면적으로 개선하여 소비자에게 초래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신뢰도 향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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