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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엔高 역대기록 깨지나.. 긴장 속 '전투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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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엔화가치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환율 방어전’에 나선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잦아들 줄 모르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의 둔화 조짐으로 세계에 다시 ‘더블딥(경기 재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수요가 ‘피난처’로 인식된 엔화로 몰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완화정책의 방아쇠를 당길 경우 이미 약화된 달러화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되며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방어 마지노선도 뚫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달러당 77엔선이 무너진 이래 지난주 9일부터 달러당 76엔대 후반, 이주 들어 76.60엔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7일 장중 달러당 76.41엔까지 떨어져 지난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기록한 2차대전 이후 역대최저치 76.25엔에 근접하기도 했다. 18일 뉴욕외환시장에서는 이날 발표된 미국 제조업지표 부진과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리로 달러당 76.55~76.65엔의 보합권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고 19일 오전 도쿄외환시장에서는 76.80엔대로 오르며 소폭 후퇴했다. 지난 90년대 말 대장성 재무관으로 외환정책을 책임졌던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교수는 이달 7일 “연말까지 달러당 73엔 선, 연중 60엔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엔화가 가파른 절상폭을 보이면서 대지진 ‘재건효과’를 기대했던 하반기 일본 경제 전망도 먹구름이 꼈다. 엔고(高) 효과로 수출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18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7월 무역수지에서 수출은 3.3% 감소한 5조 7819억엔, 수입은 9.9% 증가한 5조7094억엔으로 나타났다. 2개월연속 흑자를 내긴 했지만 엔화가치 상승 때문에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수출이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항목별로는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전자, 자동차의 수출액이 크게 감소했고 원유·LNG 등 자원 수입액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엔고가 무역흑자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냈다.


18일 일본 외환당국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에는 일본 외환담당 최고실무책임자인 재무성의 나가오 다케히코(中尾武彦) 재무관과 나가소 히로시(中曾宏) BOJ 국제담당이사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날 회의에서 외환시장 추가 개입 등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조율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이례적으로 재무성과 BOJ 사이의 조정 움직임을 공개한 것은 시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나가오 재무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엔화 강세의 배경에는 투기성 움직임이 있다는 것에 BOJ와 의견이 일치됐다”고 말했다. 나가소 정책이사도 “외환시장 동향을 계속 지켜보고 있으며 24시간 ‘임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밤에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이 도쿄에서 짧은 연설을 통해 “미국 금융당국이 움직이면 BOJ가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재무상이 BOJ의 금융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 역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 개입 의지를 수 차례 밝혀 온 노다 재무상은 이 자리에서도 “필요할 경우 과감히 조치하겠다”면서 재차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일본 재무성의 지출 가능규모는 40조엔 정도로 추산되며 지난 4일 일본 외환당국의 단독개입시 4조6000억엔 이상을 들이부은 자금도 여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탄’은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유럽 금융시장의 불안이 엔고의 근본 원인이기에 일본의 단독 개입이 한계가 있고 3월 대지진 때처럼 선진7개국(G7)의 공조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벤 버냉키 미 FRB의장이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할 예정인 가운데 추가 부양책의 윤곽이 드러나면 엔화 절상압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다나세 준야 JP모건체이스 수석외환투자전략가는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을 밑돌 경우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유동성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이며, 달러는 더욱 약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만약 엔·달러 환율이 역대 최저치 76.25엔을 돌파할 경우 달러 롱포지션 정리물량이 급속히 풀리면서 76엔선까지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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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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