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락앤락과 삼광유리(글라스락)가 4년째 이어온 유리전쟁이 삼광유리의 승리로 막을 내릴 참이다. 락앤락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1일 삼광유리에 따르면 기술표준원이 실시한 실험 결과 강화유리를 사용한 글라스락이 내열유리를 사용한 락앤락과 품질 면에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락앤락은 "강화유리는 안전성 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주장해 왔다.
전쟁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광유리가 '내열강화유리'란 표기를 사용하며 갈등이 빚어졌다. 락앤락은 "소비자가 내열유리 제품과 혼동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수 차례 법적 공방을 주고받으며 지리하게 이어지던 다툼에 정부가 참여했다. 지난해 기표원이 내열유리제식기 규정(KS-L2424)에 '강화 처리해 내열성을 부여한 유리' 문구를 추가한 개정안을 예고 고시한 것. 개정안대로면 글라스락도 '내열유리' 표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락앤락은 펄쩍 뛰었다. 결국 기표원은 개정안 고시를 연기했고, 직접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올 초 양 소재 유리식기의 성능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글라스락은 열충격강도 실험, 낙화파괴실험 등에서 락앤락과 비슷한 안전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파손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황화니켈의 경우 식기용 강화유리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논쟁 거리였던 비산(파손시 파편이 날아서 흩어지는 현상) 실험에선 오히려 글라스락이 락앤락보다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향후 기표원의 개정안 고시가 탄력을 받게 된 셈이다.
그러나 락앤락은 실험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강화유리 관련 포럼을 개최하고 "애초 검증 실험에 우리의 요청 내용이 많이 배제됐다. 예컨대 비산 실험만 해도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제대로 된 검증을 위해서는 열간유지실험, 내구성촉진실험 등 핵심 실험이 꼭 포함돼야 한다. 중요한 건 소비자 안전인데 글라스락은 강화유리라 부르기에도 부족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락앤락은 기표원에 재실험을 요청하는 한편, 기표원 실험 결과를 밝힌 삼광유리에게도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락앤락 관계자는 "기표원이 당분간 결과를 공개하지 말라고 말했음에도 삼광유리는 자의로 발표해 버렸다. 이와 관련해 기표원에 강하게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광유리 관계자는 "이번 검증실험으로 강화유리의 품질과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됐다"며 "KS 개정안 고시 역시 예정대로 추진돼야할 것"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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