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기관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뽐내는 주택 차압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맥킨리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서 차압된 단독주택 300채 이상에 투자했다. 맥킨리는 최근 뉴욕 헤지펀드사인 오크-지프캐피탈매니지먼트와 협력해 내년 최소 500채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맥킨리는 주택 소유권을 잃은 가족들에게 대여해 임대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차압된 주택을 사들이는 투자형태는 소규모 투자 업체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헤지펀드와 사모투자펀드, 연기금, 대학기부기관 등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 발을 들였다. WSJ는 이처럼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주택차압시장에 발을 들인 이유를 두 자릿수의 높은 수익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인기있는 전략 가운데 하나는 이들 대형 투자기관들이 현지 업체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현지 사정에 익숙한 업체들은 해당 지역의 집과 대여업체를 물색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존 번스 부동산 컨설턴트는 “월가와 현지업체들의 요구가 서로 맞는 형국”이라면서 “현지업체는 자금이 필요하고 월가는 전문기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캐피탈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연체됐거나 차압에 들어간 대출 건수는 350만건에 달한다. 지난달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가소유비율은 2004년 69.2%에서 65.9%로 하락했다.
이 같은 시장 불안은 수백만명의 신규 주택 세입자를 발생시켰고 주택 공실 대여율을 하락시키는데 일조했다.
주택시장 리서치회사 젤맨앤어소시에이츠의 데니스 맥길 이사는 “단독주택 대여 시장은 꽤 크다”면서 “두 자녀에 개를 한 마리 키우는 평범한 미국 중산층들은 흔히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살 수 없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젤멘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차압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아리조나와 플로리다, 네바다주에서 지난해 단독주택 대여 가구 수는 2005년 보다 무려 48%가 증가했다.
대형 투자 기관들이 차압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그 규모가 미미하기는 하지만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에 일조할 수도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연방정부 또한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차압주택을 대여하겠다고 동의한 투자자들에 주택을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미국 국책 모기지업체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연방주택국은 아직 팔리지 않은 차압주택의 절반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투자 기관들이 차압된 단독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다.
아파트는 한 곳에 대규모 단지가 건립돼 매입이 쉽고 관리하기가 편한 장점이 있지만 단독 주택은 서로 거리가 떨어져있어 매입이 쉽지 않을 뿐더러 관리도 어렵다.
주택 시장 투자자인 가이 존슨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거나 수영장을 정비해달라고 하는 골치아픈 세입자가 있을 수 있다”면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세입자들의 배관공이나 전기 기사가 되기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그러나 대형 투자기관들이 주택시장에 진출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차압주택을 사들여 임대수익이 발생하면 또 다른 주택구입을 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난뒤 가격이 오르면 주택을 되팔아 차익을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맥킨리의 그레거 왓슨 파트너는 “2년 전만해도 이 사업부문이 확대되거나 제도화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현재는 수익률이 높아 장기적인 투자 전략으로 삼기에 아주 좋다”고 언급했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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