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주부 꾀어 건강보조식품·의료기기 팔면 형사고발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 #. 경기 부천시 원미동에 사는 김모 할머니(78)는 최근 동네 상가건물에 입주한 '홍보관'에서 친한 할머니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이곳에서 관내 노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오락과 게임을 해주고, 유명가수를 초청해 위문공연을 펼치는 등 신나는 하루 일과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보관을 방문하는 날이 늘 때마다 집으로 사갖고 오는 물건도 덩달아 늘어났다. 제품은 건강보조식품과 의료기기, 자석요 등으로 다양했는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물건보다 가격이 비싸고 제품 질도 안 좋아 막상 구매하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앞으로 이처럼 주택가 인근에 속칭 '홍보관' '체험관'을 차려놓고 노인ㆍ주부들을 상대로 건강기능식품·의료기기 등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하거나 충동구매를 부추길 경우 검찰에 고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민 피해가 큰 표시광고법 및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발하기로 지침을 개정해 1일부터 시행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예외규정을 세워놓고 고발에 필요한 점수와 상관없이 검찰 고발이 가능토록 했다. 또 안전과 관련이 되거나,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경우, 조사방해 행위가 있을 때 등은 점수에 상관없이 고발이 가능토록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및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 기준을 현행 2.7점에서 2.5점으로 낮췄다. 현행 지침에서는 ▲행위의 내용과 규모 ▲부당성 정도 ▲지역적 확산 정도 등 세부 항목에서 경중을 따져 '상중하'로 평가한 뒤, 합산한 점수가 2.7점을 넘으면 검찰에 고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준 점수를 낮춰 위반 행위가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고발이 가능토록 해 법규의 실효성을 높인 것이다.

이와 함께 생명·건강 등 안전의 중요성을 고려, 신체상 피해를 야기하는 부당표시광고에 대해서는 최소한 '중' 이상으로 점수 비중을 상향했으며, 소비자 피해 보상 노력 정도를 법위반 점수를 선정하는 데 고려하도록 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