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인천공항에서 동시에 출발한 철수와 영희. 철수는 유럽으로, 영희는 뉴질랜드로 떠났다. 두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각이 다른 이유와 현지 시간이 서로 다른 이유, 두 사람의 여행 준비물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계절과 관련지어 설명하시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6월 중학교 1ㆍ2학년생들에게 낸 창의서술형(융합형) 문제다. 한 가지 교과이론으로는 답을 적기가 어렵다. 우선 두 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북반구와 남반구의 계절차이, 경도에 따른 시차의 원리 등 기상학과 지리학 지식도 필요하다. 철수는 유럽에 즐비한 고전 예술품들을 가슴에 담고싶을 테니 가방에 문화ㆍ예술 안내서를 지참했을 테고 영희는 뉴질랜드의 광활한 풍광을 담아야할 테니 무엇보다 성능 좋은 카메라가 필요했을 것이다. ☞관련기사:안철수, 정치와 융합을 말하다
'철수와 영희의 여행'이란 소재에서 파생 가능한 지식은 이처럼 다양하고 방대하다.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답은 제각각일 테고, '지리+역사', '환경+문화'라는 다양한 조합의 새로운 학문영역이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
안철수 원장이 그간 쌓아올린 경험과 지식을 모두 '융합'하고 싶어하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철수와 영희의 여행'을 다각도로 분석하듯 물리ㆍ화학ㆍ수학 등 기초과학과 인문ㆍ사회ㆍ생명과학 등을 묶어 미래 산업분야의 신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창의적 연구를 수행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2009년 3월 개원했다. 나노융합학과ㆍ디지털정보융합학과ㆍ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ㆍ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가 있다.
안 원장은 "세상의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은 대부분 복잡하고 여러 요소가 뒤섞여있는 3차원인데 한 가지 학문영역으로만 해석하려는 건 한 쪽 눈만 뜨고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우리 대학원은 과학기술 쪽 융합만을 다루는데, 진정한 융합이 되려면 경영이나 인문, 예술까지 합쳐야하지 않겠느냐"면서 "보다 많은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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