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방학이라 지방의 본가에서 쉬고 있던 대학생 김모씨(23)는 어느날 "두 달만 일하면 등록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으니 서울로 올라오라"는 친구의 연락에 급히 상경했다. 송파구의 한 사무실로 안내받은 김씨는 30만원짜리 유산균 건강식품을 사고 판매원이 되라는 권유를 받았다. 친구와 동석한 회사 직원은 "방문판매업으로 등록돼 있는 합법기업"이라며 다단계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다음날 회사직원은 김씨에게 "상품을 살 돈이 없다면 잘 아는 대부업체를 알선해주겠다"며 "앞으로 수십배는 벌 수 있으니 돈 갚는 것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속칭 거마대학생이 되버린 전형적인 사례다. 거마대학생이란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 등에서 합숙하는 불법다단계 판매를 하는 대학생 또는 대학졸업생을 일컫는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불법 다단계회사들은 먼저 친구나 지인을 통해 지방 대학생들을 불러 모은다. 지방학생들은 서울에 잘 곳이 없어 업체에서 합숙시키기가 쉽기 때문이다. 상품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돈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일단 돈을 빌리라"고 유혹해 대출 빚을 지운다.
불법 다단계업체는 이렇게 걸려든 대학생들에게 원가 6만짜리 시계를 79만원에 파는 등의 수법으로 폭리를 취하고, 학생들의 핸드폰을 빼앗기도 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런 유혹에 빠지면 등록금이라도 벌려고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선 가난한 대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부터 천만원 이상의 빚에 시달리게 된다. 불법 다단계업계들이 가난한 대학생들을 두번 울리는 셈이다.
공정위는 "대출알선에 응해 서류에 서명해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이미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하지 못하게 됐다면 한국자산관리공사 콜센타(1588-1288)나 신용회복위원회 신용회복상담센타(1600-5500)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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