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미국 국채발행 상한 확대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의 타협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이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을 기정사실화하고 일시적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포지션을 재정비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 및 국채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머니마켓펀드에서는 신용경색을 우려해 현금 확보에 나서는 등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59% 하락한 12,302를 기록했고, 나스닥은 2.65% 떨어진 2,764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1% 하락했다.
미국 재무부가 같은날 실시한 350억 달러어치의 5년물 국채의 입찰 경쟁률이 2.62배에 그쳐 앞선 10차례의 평균경쟁률 2.81배보다 크게 낮아졌다. 특히 외국계중앙은행등이 포함된 간접 입찰자의 응찰률은 36.6%를 기록해 2월 입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선 10차례 평균은 40.4%였다.
월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록데일 증권의 은행산업 관련 애널리스트인 딕 보브는 이날 "미국 정치권의 국채 협상 타결시까지는 어떤 투자도 안전하지 않으며, 투자가들은 주식시장에서 모든 포지션을 털어버려야 한다"고 권했다. 그는 이날 고객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예전엔 생각할 수 없던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모든 식이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투자를 중단하기를 권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같은 날 저녁 CNBC 인터뷰에서 국채 협상 난항이 대출 비용을 높이게 된다면, 그 파급 효과는 특히 주택과 은행 부문에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전세계의 투자자들은 지금 단기 미국 국채와 미예금보험공사(FDIC)의 보증을 받는 은행 예금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모순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고 단언했다. 금은 너무 유동성이 적고, 스위스 프랑은 정부가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해 개입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유로는 미국과 동일한 문제를 앓고 있으며, 달러는 더 이상 재정적으로 혹은 금융상 신뢰할만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때까지는 투자가들은 반드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미국 단기국채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들이 미국 국채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을 우려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CNBC가 이날 보도했다.
노무라증권 전략가인 조지 콘칼베스는 이날 메모를 통해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과 디폴트는 환매조건부채권 시장 (repo market)에 유동성 경색을 가져올 수 있으며, 자금시장에 위험 회피 성향이 지속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미국 국채위기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주요 씽크탱크 중의 하나인 국제경제교환중국센터의 이코노미스트인 수 홍카이는 "미국에서 부채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고 차이나데일리지가 27일자로 보도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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