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시간당 최대 110.5㎜라는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이 100년만에 물난리를 겪었다. 산이 무너지고 땅은 갈라서고 건물은 뜯겨지면서 위기관리 대응시스템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까지 150mm 이상의 폭우가 예정됐다.
쉴틈없이 쏟아지는 비로 대응은 물론 피해복구도 쉽지 않다. 물에 잠긴 강남 일대 지하철역에는 아직도 물이 새나오고 있다. 정부의 침수예방 시스템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반복되는 물난리에 정부 역시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추석 폭우 이후 서울시가 내놓은 ‘기후변화 대응 침수 피해 저감 대책’은 무색해졌다. 수천억원을 들인 지자체의 배수 시스템 정비도 무용지물이됐다. 종로구의 경우 400mm가 넘는 폭우에 하수처리 시스템은 기능을 상실했다. 결국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지 불과 몇 시간만에 광화문 사거리는 물바다로 변했다.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 들이닥친 폭우라 어쩔수 없었다”는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폭우가 이어질 것이라는 잦은 예보에도 민감하지 못했던 책임은 피하기 힘들다. 매년 전문가들이 “단순히 몇개의 시설로 수혜대책에 나서기보다 피해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배수장과 하수관거 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한다”고 지적한 부분도 전혀 개선되 않았다. 들이치는 재난에 복구에만 급급한 체계가 반복되는 원인이다.
달라진 강우 형태를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도 높다.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는 폭우와 푹염, 폭설 등 달라지는 기후 환경으로 대응 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추석 폭우 당시 광화문 일대의 배수처리 능력은 시간당 75mm였다. 이후 서울시는 시내 배수처리 능력을 95mm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내린 폭우로 관악구에는 시간당 110.5㎜의 비가 쏟아졌다.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도 민감하게 대응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현재 소방방재청은 전국 1만4000여곳을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대응체계가 미숙하다. 춘천에서 발생한 산사태 지역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조차 되지 않았다. 관할 지자체들조차 개인 소유의 땅이 많이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말만 내놓는다.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기후변화는 물론 각종 개발로 인해 달라지는 도시환경까지 감안한 방재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자연재난이 빈번히 발생한 지역을 집중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 매뉴얼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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