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신영평가사 의존도 낮추겠다"..유로존도 정상회의서 대안 논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금융시장의 저승사자' 신용평가사를 배척하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부여가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로존이 잇달이 올해 안에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대체하는 새로운 평가 척도를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은행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평가 방법을 도입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RB는 올해 말 새로운 평가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로존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졌던 지난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올 가을께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교환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가 부여하는 신용등급에 대한 의존드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채무 위기와 관련, 잇달아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리스크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는 비난에 따른 것이다.
최근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데니스 쿠치니크 민주당 하원의원은 "그 어떤 국가, 기관, 협회도 미국 정부에 대한 비용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무디스와 S&P 등 신용평가사가 미국 경제를 붕괴 직전으로 몰고 갔다"며 "신용평가사에 대한 더 강한 감독과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낮추자 유럽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신평사의 과점 형태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평사의 시장점유율은 90%를 웃돈다.
미 의회 산하 미국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는 주요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부여가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요 요인이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FCIC는 신용평가사들이 모기지 관련 증권의 대량 발행을 정당화시켜 줬고 이후 모기지 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시장 전체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은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의 리스크를 평가하는데 신평사의 등급을 활용하고 투자 등급의 자산에만 투자하도록 유도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지난해 마련된 도드 프랭크 금융 개혁법안은 금융당국이 신용평가사에 의존하는 것을 것을 배제하고 은행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FRB는 새로운 평가방식 도입을 통해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리스크와 규제 관련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입장이다. FRB는 금융권의 리스크를 제대로 확인하고 등급을 부여할 수 있는 지속적으로 적용 가능하면서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금융당국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평가 기준 마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FRB 등 감독당국이 마련하는 새로운 평가 방식이 오히려 리스크를 더 축소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 규제 관련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는 바젤협약이 신용평가사의 등급 부여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캐나다 신용평가사읜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글로벌 자본시장의 뼈대와 같다"며 "이를 시스템에서 분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