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물가와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주택거래가 실종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이 집을 사는 등의 본래 목적이 아니라 사업 또는 생활자금, 자녀 결혼 등의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돈을 빌리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고 풀이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2011년 5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93조5581억원으로 4월보다 1조3531억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폭인 2조3120억원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이다. 반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전국에서 4~6월 계약분의 실거래가를 신고한 아파트 거래는 총 4만6885건으로 전달 4만8077건보다 2.5% 줄었으며 지난 4월 이후 3개월째 감소세다.
시중 은행 대출 관계자는 "실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순수 주택 구입 기능 보다는 중소기업 사업자나 자영업자 대출이 대부분"이라며 "사업자 대출의 경우 요건이 까다로운 반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가 확실해 은행에서 유도하기도 하고 낮은 금리로 사업자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전했다. 또 "생활자금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신용대출은 8~12%의 금리지만 주택담보대출은 5%대의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며 "게다가 조기상환 수수료도 10%까지 면제 되기 때문에 목돈이 필요한 경우 유리한 측면도 있어 전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마치 부동산 자체가 문제의 원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나사렛대학교 부동산학과 남영우 교수는 "지난 2005~2006년 집값 상승시기에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비율은 13%이지만 2007~2010년에는 7%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분이 가계부실의 주요 원인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7년 이후의 상승고는 신규분양시 중도금대출이 전환되는 등의 자연증가분으로 볼 수 있고 그나마 상승분 중 상당부분은 중도금대출 등의 자연증가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풀이했다.
특히 지난해 8·29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소득증빙 면제대상 대출한도를 5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올린 것도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이 증가된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구입 목적은 물론 생활자금 목적으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살인적인 물가고로 인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주택대출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이 적지 않은 규모로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과거에 비해 주택담보대출을 주택 이외의 용도로 쓰이는 비중이 늘어나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른 용도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대출금 상환이 쉽지 않은데다 향후 가계부채의 부실을 초래할 위험성까지 내포돼 당국에서 시장상황을 예의주시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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