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시흥시 A아파트. 대형 아파트인 173㎡형 분양가는 7억7000만원(기준층 기준)이다. 이 아파트를 분양 계약한 B씨는 중도금 대출로 분양가의 60%인 4억6000만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그런데 입주가 한창인 요즘 이 아파트값은 분양가에서 7000만원 정도 빠졌다. 덩달아 이 아파트 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감정가도 시세 수준인 7억원 선으로 책정됐다. 분양가의 20%인 잔금 마련에만 신경 쓰고 있던 B씨는 주택담보대출을 4억2000만원만 받을 수 있어 잔금 외에도 4000만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그는 "살고 있던 집이 팔리면 당장 잔금 등을 치르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제2금융권에서 돈을 추가로 빌릴 수도 있지만 금리가 높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요즘 괴롭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설레임도 잠시,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기존 집은 안 팔리고 입주가 다가올수록 잔금 마련 부담은 커져만 간다. 집값 약세가 뚜렷한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은 사정이 더 안 좋다.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일부 단지에선 분양가 이하에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계약금을 내고 일반적으로 분양가의 60%인 중도금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입주 예정자는 입주 무렵 완공된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중도금 대출을 갚는다. 그리고 나머지 잔금(분양가의 20~30%)을 건설사에 지급하면 된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이 시세를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입주하려는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높을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중도금 대출금액보다 많아 잔금을 납부하는 데 보다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즉 입주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을 때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중도금 대출 금액보다 적게 된다. 새 아파트의 담보가치가 줄면서 그만큼 잔금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산정 기준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금액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다. 새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나 국민은행 부동산시세가 등재되지 않아 은행별로 외부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해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감정가가 나오기 전에는 보통 분양가와 시세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고, 입주 후 시세가 기준가보다 높게 형성된 경우 오른 금액에 대해 추가 대출을 해준다.
그런데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분양가보다 싼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은행마다 방침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동석 국민은행 심사역은 "요즘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 산정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령, 특정 아파트 단지의 중도금 대출을 담당했던 은행이라면 입주 아파트값이 분양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분양가 기준으로 담보대출해 주는 경우가 많다.
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분양가의 10% 이하면 분양가를 기준으로 삼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10%를 초과하면 매매가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예컨대 분양가가 4억8000만원인 아파트를 4억4000만원에 사도 분양가의 60%인 2억8800만원을 빌릴 수 있어 사실상 65%에 대출을 받는 셈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대부분 은행이 매매가를 주택담보대출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지점별로 적용 기준이 다른 만큼 여러 은행에 문의한 뒤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