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싱글이 외롭길 바라는 당신
얼결에 받은 전화. "고객님. 그동안 거래해주셔서 감사하구요. 특별히 고객님께 좋은 상품 안내드리려구요. 우리 고객님 자녀분 있으시죠…"
쉼표없이 단어를 쏟아내는 상냥한 카드사 직원의 안내, 반갑지 않다. 바쁘다, 회의중이라 끊어야겠다는 대답해도 상대는 끄덕없이 다른 얘기로 공격해온다.
최후의 선택. '골드미스입니다'라는 한마디는 상대를 순식간에 넉다운시킨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상대는 응수할 말을 못찾아 당황하는 기색마저 느껴진다. 곧바로 자문한다. 과연 내가 골드미스 맞는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11월 기준으로 1인 가구는 5년 전에 비해 30% 증가, 전체 가구 수의 23.9%에 이른다고 했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1인 가구 외에 돌싱 (이혼 후 돌아온 싱글)이 많아지면서 1인 가구 수는 급격히 증가했을 것 같다.
골드미스로 얘기를 좁히자. 싱글. 노처녀, 골드미스. 결국 같은 뜻이다. 열심히 산 노처녀는 누구나 골드미스 아닐까?
몇해 전 골드미스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프로그램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다. 지인을 소개했는데 방송을 보고 몹시 언짢았다. 골드미스의 삶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보여졌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혼자 술을 마시다 눈물 흘리며 잠들고, 남자를 만나러 나갈 때면 거금을 들여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고,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는 종족으로 골드미스는 보여졌다.
바로 지난 주말에도 골드미스를 주제로 한 방송이 있었다. 그걸 본 지인은 "못참겠어. 왜 골드미스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외로워 울고만 있는 모습만 부각되는거야? 이땅의 골드미스가 꾸는 꿈은 오로지 결혼이야?"라고 물었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지옥이니 맘 편히 혼자 살라는 얘기 때문에 싱글인 사람도 없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일상의 행복에 젖어 있는 이들이 부럽다고 무턱대고 결혼하는 이도 없다. 커플을 바라보며 부러움에 매일 눈물짓는 당신이라면 묻고 싶다. “혼자 사는 삶을 왜 지속하느냐“고.인생의 최종 목적이 결혼이라면 더 노력하면 되는 일 아니냐고 따지고도 싶다.
삶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부모와 같이 사는 이가 있고, 30대에 독립해 1인 가구를 꾸미기도 한다. 짝을 만나 둘이 살고, 아이와 함께 넷이 살기도 한다. 이혼해서 다시 싱글이 된 사람도 있고 아이는 있지만 떨어져 살기도 한다.
싱글은 화성에서 온 이상한 인류가 아닌 이제 평균의 삶을 사는 또 다른 우리 시대의 모습이다. 많은 싱글이 외로움의 눈물에 젖어 있을거라는 추측은 이제 변할 때가 됐다.
골드미스 취재에 응해달라는 요청이 다시 온다면 어떻게 할까? 외롭다며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꽤 많이 알고 있는 내가 당당히 나서야 할까? 또다시 골드미스라는 여인들이 외로움에 눈물 흘리는 모습만 부각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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