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어제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도급 계약을 장기간으로 하거나 갱신을 보장해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높이도록 한 것이 골자다. 원청업체의 잘못으로 하도급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할 때는 도급 사업주와 연대해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모두 불만이다. 경영계는 원청업체가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고용 안정부터 임금 보장까지 일정 책임을 분담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실질적 권한이 있는 원청업체의 책임이 담겨야 하는데 '노력한다'는 정도에 그쳐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불만은 수긍할 만한 구석이 있다. 경영계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까지 챙기게 됐으니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법적 강제력이 없으니 가이드라인이 있으나 마나 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비록 법적 강제력은 없다지만 사내 하청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가 진일보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급대금을 결정할 때 원청업체의 성과가 사내 하청 근로자의 임금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권고한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원청업체의 노사협의회나 간담회에 사내하도급 근로자 대표가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한 것 등도 긍정적이다. 현재 32만6000여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아무런 법적ㆍ제도적 보호막 없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보호막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원ㆍ하청업체들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경영계의 상생을 위한 열린 의식,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 원청업체의 성장은 사내 하청업체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반성장의 참뜻을 새겨 사내 하청업체와 그 근로자를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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