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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산업은행 '통큰 채용' 세상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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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통큰 채용'에 나선다. 15년 만에 고졸 행원을 채용하면서 신입 행원의 3분의 1을 고졸로 뽑기로 했다. 고졸 행원에게는 대학 등록금을 대주고, 자격을 갖추면 대졸 행원과 같은 근무 기회를 준다. 상반기 몇몇 은행에서 재개한 고졸 행원 채용보다 인원이 많고 인력 활용 방안도 구체적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고교 졸업자가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이력서 내는 단계에서 거부당한다. 겨우 직장을 잡아도 비정규 계약직이거나 대졸자와 봉급이 크게 차이 난다. 기업 입장에선 대졸자가 넘치는데 굳이 고졸자를 택할 이유가 없다. 이러니 인문계든 전문계든 대학에 가려고 기를 쓰고 그 틈을 타 간판만 그럴싸한 대학이 등장하고 비싼 등록금이 사회문제화 됐다.

1960~70년대 개발연대에 은행은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에 못 간 실업계 고교생에게 꿈의 직장이었다. 80년대까지 상고 출신이 많았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은행장 중에도 상고 출신이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고용시장에 대졸자가 넘쳐나면서 고졸 행원 몫이었던 창구 텔러 직군까지 대졸자가 차지했다. 미국에선 텔러의 83%가 고졸인 반면 한국은 74%가 전문대졸 이상이다.


이런 판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산업은행의 채용방식 변경은 획기적이다. 첫 직장을 잡는 나이(입직 연령)를 낮춤으로써 교육 거품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의 입직 연령은 27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년 늦다. 어떻게든 대학에 가려다가 실패하면 재수를 선택하고, 대학에 들어가선 스펙을 쌓는다며 해외연수를 다녀오고, 대졸자보다는 졸업예정자가 취업에 유리하다며 휴학하는 졸업유예족과 취업재수생이 많은 탓이다. 입직 연령이 높아지니 결혼이 늦거나 아예 하지 않고 그만큼 출산 기회도 줄어 저출산 요인으로 작용한다.

학력 인플레이션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려면 모처럼 은행권에서 불기 시작한 고졸 사원 채용 훈풍이 대기업과 전 산업에 파급돼야 한다. 동시에 고졸 사원이 대졸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 받는 '2등 직원'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문계 고교가 내실 있는 특성화 교육으로 이에 부응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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