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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통일세, 서두르기보다 사회적 논의부터

시계아이콘01분 01초 소요

정부가 10여년 뒤의 통일비용 소요에 대비해 통일세 신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의 '통일재원논의추진단' 관계자가 지난 주말 기자간담회에서 그렇게 밝혔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구체화할 경우 국내외적으로 갈등을 야기할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정부가 추진 일정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면 재고해야 한다.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가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 부과하는 것에 대해 납세자인 국민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듦으로써 잠재적인 통일비용을 증대시켰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통일세 신설을 놓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통일세 신설에 대해 이미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인터넷포털에서 실시 중인 네티즌 여론조사에서는 8대 2의 비율로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북한은 '그 누구의 급변 사태를 전제로 한 통일세는 대결세이자 전쟁세'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만약 정부가 통일세 신설을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국내에서는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남북 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숙원이고 예상보다 일찍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통일비용 조달 문제를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통일세라는 목적세를 신설해야 하는지와 신설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래야 하는지는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통일세 신설은 올해 결정해 내년에 시행해야 할 만큼 화급한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당장 결정을 내리고 밀어붙이려 하기보다 당분간 사회적 논의에 붙여 본다는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의 전망이 조금이라도 가시화하기 전에는 통일비용은 '조달해야 할 것'보다 '감축해야 할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남북 간 화해와 교류를 촉진해 통일비용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활용도가 낮은 남북협력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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