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2011년 주요 정책과제'로 창의적인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초·중등 STEAM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TEAM 교육은 과학의 Science, 기술의 Technology, 공학의 Engineering, 예술의 Arts 그리고 수학의 Mathematics의 각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즉,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 공학에다가 예술까지 '융합'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1세기 먹을거리를 만들어낼 창의교육의 핵심으로 떠오른 'STEAM교육'은 오는 2학기부터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학교수업에 도입될 예정이다.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지난달 28일, 광주 방림초(교장 한충현)에서는 희한한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올랐다.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와 LG전자가 마련한 '이동환경교실'의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라는 연극이다. 이날 아이들은 온달 그리고 평강공주와 함께 웃고 떠들면서 십여 가지의 실험을 즐겼다. 누구나 아는 스토리 속에 과학 원리와 실험들을 녹여서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어낸 것이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이야기를 기본 뼈대로 하는 수업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과학 원리부터 독도의 에너지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들이 등장했다. 냇가에서 빨래하던 평강공주가 온달에게 "빨래가 실내공기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묻고는 '형광증백제'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식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세제 속에 함유된 형광증백제는 옷을 하얗게 보이도록 해주는 성분으로 인체에는 해롭답니다" 평강공주는 '형광증백제의 원리'에 대해 설명한 다음 '빨래는 실내보다는 밖에다 널고, 세제도 적당량 사용하자'고 덧붙였다. 냇가에서 빨래하는 단순한 장면 속에서 생활 속의 숨어있는 과학 원리를 담아내고, 세제 사용을 줄여 환경도 보호하자는 메시지도 전달하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는 온달장군은 독도 아래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지키러 떠나는 장군으로 변신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깊은 바다 속 얼음덩어리 형태로 존재하는 메탄으로 대표적인 친환경에너지이다. 독도 근처 바다에 매장됐다는 점을 착안해 온달장군이 에너지 자원을 지키러 독도로 출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이밖에도 전쟁터로 떠나는 온달장군에게 평강공주가 모래, 자갈, 숯 등으로 '간이 정수기'를 만들어주는 장면도 나온다. '간이 정수기 만들기 실험'은 초등학교 6학년 과학교과서에 실려 있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교과서와도 연계시켜 연극을 통해 과학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재밌는 시도는 '과학과 연극을 결합시켜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 과학강연극 기획을 총괄한 황북기 한양대 교수는 "과학실험 자체가 아무리 재밌어도 아이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다"며 "아이들은 실험할 때만 주목하다 원리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집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과학실험에 '이야기'를 끌어들였다. 단순히 여러 가지 실험을 나열하는 대신, 재밌는 고전 속 사실들을 끌어들여 실험들과 촘촘히 엮어냄으로써 '과학'과 '연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에서 운영하는 '이동과학교실'은 과학실험 장비를 갖춘 트레일러인 '이동과학차'를 타고 전국 곳곳의 신청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연극 및 실험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2년부터 시작했다. 2006년부터 LG전자의 후원으로 트레일러가 4대까지 늘었다. 이날 방림초에서는 290여명의 4~6학년 학생들이 과학강연극과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황북기 교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과학연극과 실험 등 다양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올해 교과부에서 선정하는 창의인성교육 시범 모델 과학부분(STEAM교육) 연구개발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학강연극과 같은 특별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수업시간에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역시 중요하다. STEAM교육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실제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수업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수원초(교장 이영자) 4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는 김소연 교사는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다양한 교과를 통합한 수업을 시도해봤다.
수원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수원 화성'을 주제로 잡은 김 교사는 국어 시간에는 수원화성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홍보하는 방법을 토의했다. 이 과정에서 브레인 스토밍, 모둠별 의견 제시, 마인드맵 작성 등의 다양한 기법이 활용된다. 사회 시간에는 현장 답사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사전 조사를 통해 답사 목적, 내용, 준비물, 탐구방법이 포함된 계획서를 만들고 실제로 수원 화성을 찾아간다.
이런 방식으로 과학 시간에는 수원 화성 축조에 쓰인 거중기와 도르래의 원리를 탐구한다. 미술 시간에는 화성 사진 찍기와 화성 홍보 포스터 그리기 수업이 진행된다. 도덕 시간에는 정조대왕의 효행을 되돌아보는 수업을 할 수 있다. 결국 '수원 화성'이라는 주제를 활용해 과학, 예술, 국어, 사회, 도덕 영역을 아우르는 융합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통합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런 STEAM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2009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창의·인성 교육'의 강조로 다양한 시범연구와 교육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교사연수도 마련 중이다.
광주=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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