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때 수직증축과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전을 우선하는 정부 방침이 맞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현재 적극적으로 수직증축을 추진하려는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1980년대 말 건설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다. 더욱이 주택 200만호 건설 목표 아래 주택 건설이 일시에 몰리면서 소금기를 빼지 않은 바닷모래를 대거 사용한 데다 공기를 단축하느라 벽으로 구조물을 지탱하는 내벽식 구조로 만들어져 안전성이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증축할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다.
재건축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40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용적률(최고 300%) 제한에 초과이익부담금, 임대주택 의무건립, 기부채납 등 각종 규제가 따른다. 반면 리모델링은 15년만 지나면 할 수 있는 데다 용적률 제한 없이 전용면적의 30%까지 늘릴 수 있다. 초과이익부담금이나 기부채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수직증축을 통한 가구 수 증가, 일반분양까지 허용한다면 이는 대단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수직증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국토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말 수직증축 불허 방침을 밝혔다가 주민들과 건설업계, 정치권 등이 반발하자 재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 탓이 크다. 국토부는 이달 하순께 최종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이상의 혼선은 없어야 한다. 안전을 최우선하는 방침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치권의 행태다. 표 계산에 밝은 정치권은 주민들의 요구에 편승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 '4ㆍ27 재보선' 때 분당을 선거구에서 리모델링 규정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재미를 본 민주당이 적극적이다. 하지만 표보다는 국민 안전이 우선이다. 여야는 국회에 계류 중인 수직증축 허용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후화하고 있는 신도시를 재정비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꼭 안전이 우려되고 형평성 시비가 이는 수직증축이어야 할 까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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