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지난 4월부터 비메모리 사업 강화…스마트 기술과 시너지 충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에 나선 배경을 놓고 증권가와 업계는 뜨거운 설전을 펼치고 있다. 언뜻 봐선 이동통신 산업과 반도체 산업간의 시너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SKT는 하이닉스가 가진 비메모리 사업 영역을 스마트·N스크린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통신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8일 SK텔레콤 관계자는 "SKT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 때문"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할 경우 SKT가 주력하고 있는 차세대 통신산업인 플랫폼과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는 주력이던 음성통화 사업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새로운 통신환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며 단말기 제조 업체들의 역할이 커져 서비스마저도 애플, 삼성전자 등 단말기 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더해 포털들의 모바일 서비스 사업 진출, 카카오톡과 같은 외부 킬러앱의 등장으로 인해 SKT 내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배가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플래시 메모리 사업이 주였던 하이닉스는 지난 4월부터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해왔다. SKT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 바로 비메모리 사업이다.
하이닉스는 200㎜ 라인인 청주 M8 공장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M8 공장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중은 지난 해 1월 5%에 불과했지만 최근 20%까지 늘어났다. 이 공장에선 이미지센서(CMOS),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등을 생산한다.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 구동 칩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여기에 더불어 SKT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N스크린(하나의 콘텐츠를 스마트폰, 태블릿PC, PC, TV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감상하는 기술) 사업 역시 핵심 반도체 기술을 확보할 경우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특히 반도체 핵심 기술을 확보할 경우 새로운 스마트 서비스를 담은 단말기(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개발을 주도할 수 있다. SKT는 삼성전자와 함께 N스크린 서비스 전용 단말기 '호핀'을 만들었다. 호핀 개발을 주도한 것은 삼성전자지만 SKT가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먼저 차세대 신기술을 단말기 업체에 주문할 수도 있다.
SKT가 지난 2월 국내 중소 시스템 반도체 업체 엠텍비전과 중국 통신 칩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공동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엠텍비전은 반도체를 생산할 팹(반도체 생산 공장)이 없기 때문에 팹을 갖고 있는 하이닉스와의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행보는 애플과 흡사하다. 애플은 핵심부품에 한해 관련 기술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중앙처리장치(CPU) 역시 삼성전자를 통해 생산하지만 관련 기술은 애플이 모두 갖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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