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에 1조5000억원 주식담보대출…계약 연장 가능성 높아져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하나금융이 자회사인 하나은행을 통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1조50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해주면서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에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 연장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대출이 론스타 측의 요청에 따라 순수하게 상업적인 관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매매계약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양측 간에 비즈니스 관계가 돈독해진 만큼 계약 연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번 대출로 이자수익도 얻고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의지도 보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판단했다.
관건은 외환은행 매매가격이 조정될지 여부다.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7765억원의 배당금을 챙겨간 만큼 지난해 말 정했던 매매가 4조6888억원을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약 체결 당시보다 외환은행 주가가 22.5%나 떨어진 점도 가격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이번에 고액 분기배당을 할 것을 감지하고 배당금이 과도할 경우 계약 연장 시 외환은행 매매가격을 낮추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하나금융도 론스타가 1510원에 이르는 고배당을 할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 하나銀서 거액 대출= 론스타는 지난 1일 외환은행 주식 51.02%를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총 1조5000억원의 5년 만기 대출을 받았다. 금리는 연 6.7%다. 이날 외환은행 마감 주가가 9530원인 점을 감안하면 담보인정비율은 47.8%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주가가 반토막이 나지 않는 이상 채권회수에 문제가 없는 셈이다.
론스타가 이번 대출을 받은 이유는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06년부터 외환은행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고 나가려고 했지만 사법·금융당국이 발목을 잡으면서 번번이 매각이 무산됐다. 지난해 말에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금융당국의 승인 보류로 유효기간이 지나가 현재 연장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론스타 투자자들은 당초 약속했던 회수기간이 지연되면서 적잖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채권 1조5000억원을 마냥 놀리느니 대출이라도 해주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이 채권의 조달금리는 연평균 4.64%다. 론스타에 해준 대출금리가 이보다 2.06%포인트나 높아 연간 309억원 가량의 이자 차익을 보는 셈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이 장기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궁여지책으로 이번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상태다. 최종 판결까지는 길게는 2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외환銀, 사상초유 고배당= 외환은행이 고액 분기배당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1일 9738억원(주당 1510원)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고액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론스타는 4969억원을 가져간다. 통상 실적 결산이 끝난 뒤에 배당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가 끝나자마자 배당을 결의한 것은 꽤나 이례적이다. 그만큼 급했다는 얘기다.
올 3월말 기준 외환은행의 이익잉여금은 4조2349억원에 달한다. 외환은행은 올 1분기 실적에 대해 배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6월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분기 예상 순익 1조1200억원을 더하면 약 5조3549억원이다. 여기서 이번 분기배당액을 빼도 이익잉여금은 여전히 4조3811억원 가량이 남는다. 차후에 또다시 분기배당으로 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금융당국이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불러 고액 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클레인 행장은 론스타가 앉힌 전문 경영인일 뿐 대주주인 론스타가 고액 배당을 하겠다는데 이를 막을 힘이 없다. 론스타 입장에서도 외환은행을 사들인 자금이 본인들의 돈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돈이기 때문에 돌려줘야 한다. 외환은행 매각이 번번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이든 고액 배당이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손을 털고 나가려고 했지만 매번 발목을 잡혔다"며 "론스타의 입장이 국내 여론처럼 마냥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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