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클래식 음악에 전혀 문외한인 사람도 들어봤을 것이 분명한 ‘위인’이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투해 그를 파멸로 이끄는 이탈리아 작곡가 살리에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밀로쉬 포먼 감독의 1984년 작 영화 ‘아마데우스 Amadeus’가 그에 관련된 가장 유명한 텍스트다. 오페라, 교향곡, 콘체르토, 소나타 등 상상할 수 있는 고전 음악의 전 영역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명곡들을 남긴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미완인 상태로 남겨놓고 1791년 12월 5일 불과 서른다섯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오는 7월 3일(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모차르트!’(제작_(주)EMK뮤지컬컴퍼니)는 삶 자체가 음악이었던 모차르트의 치열한 열정과 영감을 록 스타일의 파격적인 구성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가 아닌,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라이선스 뮤지컬로, 이미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초연되어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모차르트의 여러 고전 음악들을 기초로 ‘모차르트!’는 록, 발라드 등 다양한 현대 트렌드의 음악을 접목시키며 ‘고전의 충실하고 완벽한 현대화’라는 점에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 500여 점이 넘는 화려한 의상과 트렌디한 가발(wig), 웅장하고 역동적인 무대 등 전반적인 외적 완성도도 합격점을 받았다. 타이틀 롤인 모차르트를 현대 록스타 스타일로 캐릭터화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18세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와 비엔나를 무대로, 다른 모든 등장인물들은 거추장스러운 하얀 가발과 두터운 화장 차림의 전형적인 18세기 사람들이지만, 유독 모차르트만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적인 복장과 외모로 등장한다. 모차르트의 찢어진 청바지와 치렁치렁하게 아래로 드려진 레게 펌 머리는 범인들과는 확실하게 차별되는 그의 천재성을 부각시키는 장치다.
‘모차르트!’에서는 박은태, 임태경, 전동석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타이틀 롤로 등장해 가창력을 뽐냈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시아준수다. ‘모차르트!’는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출신으로 현재는 ‘JYJ’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작이다. 2010년 1월 초연 때 김준수의 모든 모차르트 출연 티켓은 예매 오픈 3분만에 완전 매진됐다. 당시 공연장이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좌석 수가 3022석이니 실로 엄청난 기록으로, 뮤지컬 계의 절대강자인 조승우(‘지킬앤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올해 상황도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가 출연하는 모든 공연은 일찌감치 다 동난 상태로, 정상가의 몇 배를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초’ 희귀 품목이 됐다. 7월 3일 단 두 번의 공연을 앞두고 있는 ‘모차르트’ 김준수를 7월 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직접 만났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김준수에게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동방신기’에서 나온 이후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았던 2010년 초, 김준수는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뮤지컬 출연 제의를 받고 거절할 심산이었다. 자신감도 바닥이었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그의 마음을 돌려 놓은 것은 모차르트라는 인물 그 자체였다. 잘츠부르그 시골에서 오직 영주를 위해 작곡하던 모차르트는 처음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비엔나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한다. 화려한 삶을 산 천재로만 알려져 있지만, 정작 자연인 모차르트의 삶은 천재였기 때문에 불행하고 참담했다. 당시 사방이 막혀있던 김준수는 모차르트에게서 자신을 봤다. 모차르트가 높은 성벽을 넘어 북두칠성 ‘황금별’을 보기 위해 비엔나로 떠나는 장면이나 아버지가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려고 다짐하며 모차르트가 부르는 노래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는 김준수의 마음을 쳤다.
일단 마음이 움직였으니 몸이 움직였다. 창법도 연기도 동선도 온통 다 낯선 것뿐이었지만, 완벽하게 자신과 모차르트 캐릭터를 동일시한 탓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행복했다. 이제 관객들의 마음이 움직일 차례였다. 방황하고 갈등하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레 방황하고 갈등하는 김준수를 봤다. 그가 기뻐하면 관객들은 웃고, 그가 울면 관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매 공연 커튼 콜마다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올해 ‘모차르트!’의 앵콜 공연에 그가 돌아온 것도 작년의 이 놀라웠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아이돌 스타 시아준수는 이렇게 성공적인 뮤지컬 스타 김준수로 거듭났다.
이제 단 두 번의 ‘모차르트!’ 공연만을 남긴 김준수는 욕심이 많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JYJ’ 활동도 그를 기다리고 있고, 드라마, 영화 등 아직 해보지 않은 다른 영역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 내년에는 ‘모차르트!’나 ‘천국의 눈물’과는 차별되는 역동적인 뮤지컬에도 참여해, 자신의 녹슬지 않은 춤 실력도 한껏 뽐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김준수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순서대로 천천히 목표를 이뤄가는 맛과 여유를 그는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진제공_씨제스 엔터테인먼트)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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