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는 양날의 칼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분명 나라 경제의 커다란 불안요인이다. 당장 가계부채 증가세에 쐐기를 박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가계빚의 뒤편에는 수많은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절절한 사연과 고통이 숨어 있다. 칼이 지나치게 날카로우면 이들이 다칠 수 있다. 이 같은 양면성이 문제 해결의 어려움이다.
"지나치게 강하다고 할 정도의 대책을 내놓겠다.(김석동 금융위원장)"고 공언했던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어제 '기대에 못 미치는 원론적 수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연착륙'이란 수식어를 붙인 데서 드러나듯 '잠재 리스크 대응'과 '시장충격 최소화'라는 충돌적 내용을 함께 담으면서 강도가 약해진 것이다. 그 결과 여러 방안을 열거하고 있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얼마나 실효적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대책의 줄기는 금융기관의 과도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한편 부채의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의지는 드러냈지만 가계대출 관리의 뚜렷한 목표가 없고 수단은 불분명하다. 2016년까지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대출 비중을 현재 5%에서 30%로 높이겠다는 부채구조 개선 방안만 해도 그렇다. 굳어진 대출관행에 비춰볼 때 의욕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나 채무자가 이를 따라갈 만한 유인책이 약하고 마땅한 통제수단도 없다. 고정금리 이자에 소득공제 한도를 높이겠다지만 지금의 변동ㆍ고정금리 간 격차에 비춰볼 때 별다른 실익이 없다.
고위험대출 관리나 서민금융 강화 방안도 선언적이다. 금융기관은 리스크가 적은 주택담보를 찾아 오히려 마케팅을 강화하고 막상 돈이 필요한 서민은 내몰리는 상황이 빚어질 여지가 있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추가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가계부채는 금융처방만으로 풀 수 없는 복합적 요인에 둘러싸여 있다. 부동산 정책, 서민과 자영업자의 체감경기, 일자리 문제 등과 맞물려 있다. 민생의 핵심과제로 인식하고 각 부처가 힘을 모아 총제적으로 대응해도 해법이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걱정스럽다. 가계부채 대책의 중심축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의 시각마저 제각각이니 힘 있는 대책이 나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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