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양대 거래소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이에 미 연방기금금리 선물옵션거래 시장을 놓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CME는 미국 파생상품거래시장을 사실상 독점 장악하고 있으며 연방기금금리 선물옵션 거래시장은 95%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크레디스위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컨소시엄을 이룬 ‘ELX퓨처스’가 전자 선물거래중개를 시작해 도전장을 던졌을 때도 크레이그 도너휴 CME 최고경영자(CEO)는 “유명한 완하제(설사약) ‘Ex-Lax’와 혼동된다”며 비웃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CME도 이번에는 긴장하고 있다. 이번 상대는 세계 최대 거래소인 NYSE 유로넥스트의 파생상품거래부문 NYSE-LIFFE(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이기 때문이다. NYSE-LIFFE는 지난 4월부터 유로·달러 선물과 미 국채선물을 비롯한 장·단기 연방기금금리 선물 거래를 시작해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금리선물시장 규모는 유럽의 153조2000억달러를 웃도는 199조3500억달러다. 1975년부터 금리선물 거래를 시작한 CME는 ‘시카고의 요새’라고 불릴 정도로 확고한 독점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NYSE와의 전면 경쟁에 막이 오르면 이같은 구도가 깨질 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이클 왕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CME는 NYSE-LIFFE의 시장 진입을 심각한 사안로 간주하는 듯 하다”면서 “주가지수선물부터 원자재까지 아우르는 CME의 강점을 내세워 금리선물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시장 관계자들도 NYSE의 시장 진입은 CME에 악재라고 보고 있다. 지난주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CME의 전망을 ‘부정적(Negative)’로 평가하고 “NYSE가 CME의 금리선물 독점구도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NYSE는 파생상품청산(Clear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예탁결제원(DTCC)과 공동출자한 국채선물 청산소 NYPC(New York Portfolio Clearing)를 갖고 있으며 이는 NYSE의 금리선물 거래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CME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CME는 NYSE-LIFFE의 금리선물 거래 시작 전부터 유로·달러와 국채 선물거래에 교차증거금제도(Cross Margining, 선물과 옵션의 상반된 포지션을 취하는 거래자에게 낮은 증거금률을 적용)를 도입해 증거금률을 낮췄다.
또 NYSE-LIFFE의 주종목인 유리보 금리(Euribor, 유로화 사용국 시중은행간 금리) 선물거래를 이번달부터 개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맞불작전’에 나서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NYSE가 금리선물 시장 ‘상륙작전’에 성공하려면 시장 점유율을 최소 10% 이상 잠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현재 지지부진한 NYSE유로넥스트와 도이체뵈르제의 연합을 통한 미국 시장 영역확대에도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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