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의회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며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는 한고비 넘겼지만 결국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 경제학 교수의 주장을 인용해 그리스가 결국에는 디폴트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음을 4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가장 디폴트가 확실시 되는 상황은 내주로 예정된 긴축안 의회 처리에서 재정긴축안이 의회 통과에 실패할 경우다.300석짜리 의회에서 불과 12표 차이로 가까스로 승리했고 여전히 야당이 중기 긴축재정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 부담스럽다.
제1야당인 안토니오스 사마라스 신민주당 대표는 다음주 새 재정긴축안에 반대하는 투표를 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FT인터뷰에서 "잘못 처방된 약을 먹고 사람이 죽었는데도 똑같은 약을 다시 처방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느냐"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야당이 재정긴축안을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유럽연합(EU)과 IMF로부터 지난해 약속한 구제금융 중 5차분 120억유로를 지원받을 수 없어 다음달 15일께 되돌아오는 국채 상환 만기에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디폴트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사용하는 은행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리스은행들은 가계대출 불능 상태에 놓이게 되고 민간소비 급감, 기업의 임금 지불 불가, 실업률 급증 등으로 그리스 경제는 파탄날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중기 재정 계획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은행 등이 자발적으로 만기도래하는 그리스 국채를 차환(롤오버)하는 방안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집중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자발적인 부채 구조조정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결국 유로존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중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리스 재정위기를 해결할 근본 처방이 없다는 점도 디폴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스는 2015년까지 총 1980억유로 규모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지만 그리스 경제는 성장은 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고 산업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성장 모멘텀을 상실한 상태에서 긴축재정안이 실행될 경우 결국 디폴트가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스가 은행시스템을 구조하는 유일한 대안책으로 유로존 탈퇴와 동시에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그리스 정부가 이자율 조절, 화폐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과 관광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대외채무가 급증해 그리스 기업들의 부도ㆍ파산이 불가피하게 된다. 또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유럽연합의 지원을 더이상 받을 수 없고 부채위기에 놓인 주변국들은 이자율 상승 등으로 더 큰 부채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한편,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그리스 국체를 보유한 자국 금융기관들과 민간부문의 자발적 그리스 국채 차환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독일 재무부의 마르틴 코트하우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민간부문이 상당한 규모를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독일 내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 금융사들의 그리스 국채 보유 익스포저는 각각 226억5000달러, 149억달러로 유로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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