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14일(현지시각) 그리스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리스가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초래했던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유럽중앙은행(ECB)과 대립각을 세우던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에 민감 채권단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관철해 그리스가 제2의 리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자주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의 데이비드 릴리 신용평가담당은 “이러한 우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서 “독일 입장이 관철되면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이할 될 수 있고 이는 스페인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충격을 준다”고 분석했다.
은행과 다른 투자기관들이 그리스 국채 보유량을 많이 줄인 가운데 2차 지원에 참여해 손실을 감수하면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고 투자자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수할 수 밖에 없어 시장에 혼란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이는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그리스를 시작으로, 채무에 시달리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와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미국과 신흥국 시장 주식 등 유동성이 좋은 자산까지 내다팔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 사태에도 이러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리스 디폴트는 미국 금융기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치는 지난 2월 현재 미국 우량 머니마켓펀드는 자산의 44.3%를 유럽 은행 단기채권에 투자하고 있고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많은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아그리콜, BNP파리바 등 프랑스 은행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유럽에서 디폴트가 발생시 미국 머니마켓펀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은행 관련 자산이 리먼 사태와 같은 위험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그리스 채무 3300억유로(4730억달러·한화 약 513조원)가 큰 규모라도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들이 부담하기에는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리스 디폴트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해 온 것이기 때문에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고 예상했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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