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이용하는 통신사는 물론이고 휴대전화도 LG전자 제품을 안 쓰면 눈치 보이죠. 강제는 아니지만 실태 조사를 하니까요."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임직원들의 이동통신사 및 휴대전화 기종 현황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강압적 제품 할당은 아니더라도 우회적인 계열사 밀어주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LG의 모 계열사 관계자는 "회사측에서 연구개발(R&D) 등 특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임직원들의 이동통신사 이용현황과 사용중인 휴대전화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제품이나 통신사를 이용한다고 해서 특별한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은 조사 사실 자체를 'LG전자 스마트폰 옵티머스와 LG유플러스 이용 권장'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LG 계열사의 한 직원은 "일부 직원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LG전자에서 공급하지 않는 태블릿PC임에도 불구하고 사내에서는 가능한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의 직원도 "2008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후 휴대폰 강제할당 등은 사라졌지만 최근 통신 관련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태조사'라는 간접적인 방식이 등장한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LG 유플러스로 통합된 LG파워콤은 2008년 계열사 직원 강제할당 판매로 물의를 빚어 공정위로부터 6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일부 회사들이 참고사항으로 조사를 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룹차원에서 통신사 및 휴대전화 이용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 LG전자의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LG 유플러스 역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90%나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자 충성도 높은 일부 CEO들이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현황파악에 나섰을 개연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각 계열사의 자발적 조사라고 해도 우회적인 계열사 지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효과를 내는 만큼 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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