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찌르고, 4, 막고! 그렇지! 자, 천천히 한 번 더!”
“아핫, 헷갈리는데요.”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4시, 푸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한국민속촌 한켠에서 긴 흑발의 미소년이 활대를 들고 액션 삼매경에 빠져 있다. 검무가 더 어울릴 것 같은 가녀린 체구이지만 진지한 눈빛만은 바위도 뚫을 듯한 그는 바로 유승호. 곧 이어 넝마를 기워 입은 듯한 차림에 긴 웨이브 머리를 휘날리며 또 한 명의 잘생긴 청년이 달려오더니 “저도 좀 알려주세요!”라며 무술 스태프를 조른다. 시원한 미소와 개구진 표정이 눈길을 끄는 그는 지창욱이다.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훤한 미남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SBS <무사 백동수> 촬영 현장. 7월 4일 첫 방송을 앞두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촬영에 여념이 없는 <무사 백동수>는 오늘도 새벽 다섯 시 반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날씨에 하루 종일 몇 겹의 옷을 껴입고, 무거운 검과 활대를 잡고 액션 연습을 하는 것이 지칠 법도 하다. 하지만 본 촬영도 아닌 현장 공개이니만큼 진행을 재촉하는 홍보팀의 부름에도 배우와 스태프들은 아직 완벽하게 맞지 않는 합이 아쉬운 듯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라며 사소한 팔과 무릎의 각도를 교정한다. “물 위를 뛰고 하늘을 나는 가짜 무협이 아닌, 진중한 의미를 부여해 캐릭터의 감성을 담아낸 활극 액션”을 추구하는 <무사 백동수>에서 젊은 두 배우가 얼마나 멋진 액션 연기를 보여줄 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무사 백동수>는 이재헌(글)/홍기우(그림)의 만화 <야뇌 백동수>를 원작으로 한 “휴머니즘 액션 사극”이다. 원작의 ‘야뇌’는 백동수의 호(號)로 ‘굶주린 들판’을 의미한다. 백동수는 그의 무예를 바탕으로 한, 중, 일 3국의 무예를 집대성한 <무예도보통지>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당시 조선에 존재하는 모든 무예를 통달했던 이. 원작만화는 사도세자가 비밀리에 조직한 조선 역사상 최강 부대 장용영의 초관을 지낸 그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수려한 그림체로 표현해내며 2010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사 백동수>는 원작 만화의 설정과 캐릭터를 일부 차용하지만 이야기 전개의 상당 부분은 창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무예를 바탕으로 섬세하고 화려한 액션 연출을 선보인 원작 만화의 장점이 브라운관으로 어떻게 옮겨될 지 상상해 보는 것도 <무사 백동수>를 기다리는 재미가 될 듯하다.
촬영 보조 전광홍 씨가 말하는 <무사 백동수> 현장
“오늘 찍는 내용은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5회 중반의 이야기다. 청암사 마당에서 동수가 지선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 일주일 내내 지방 곳곳을 돌면서 촬영하고 있어 몸은 힘들지만, 대본을 보면 한 컷 한 컷이 너무 섬세하고 재미있어서 배우, 스태프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액션을 제대로 찍으려다 보니 늘 마음보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 날 그 장소에서 완성을 못 시키고 재촬영을 할 때도 있지만, 다들 기꺼이 한다. 지창욱, 유승호 등 젊은 주연 배우들은 물론이고 최민수, 전광렬 등 중견 배우, 아역 배우 여진구도 대단하다. 액션 신에서 스턴트 배우들이 대역을 할 때도 옆에서 지켜보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연결해서 연기하려고 하시고 적극적이다. 여진구 군은 <자이언트> 때도 같이 작업했는데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다. 얼마 전에 불길에 뛰어드는 장면도 직접 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더운 여름에 촬영을 하다 보니 스태프의 입장에서 힘들기도 하지만 작품이 워낙 재미있어서 만약 연장되면 50회까지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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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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