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SK텔레콤(대표 하성민)이 단단히 뿔이 났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즉각적인 제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SKT의 이례적 조치를 놓고 일각에서는 경쟁사에 대한 요금 인하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KT와 LG유플러스는 1위 사업자가 시장 주도권 상실을 막기 위해 타사업자를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SKT "KT, LG유플러스 보조금 과다 지급"=SKT는 15일 자사의 통신료 인하를 틈타 KT와 LG유플러스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용자 차별행위 금지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1위 사업자인 SKT가 후발사업자의 보조금 지급을 문제삼은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SKT는 이날 제출한 신고서에서 "경쟁사가 최고 70만원 수준의 리베이트 정책을 운영하고 상품권, 노트북PC 등 수십만원에 이르는 과도한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SKT의 요금 인하안 발표 이후 KT와 LG유플러스가 보조금 규모를 대폭 상향하는 등 가입자를 늘리는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KT의 경우 옵티머스원에 59만원, 미라크A폰에 74만원, 테이크2에 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보조금 지급으로 번호이동이 급증했다고 SKT는 지적했다. 5월부터 6월14일까지 SKT 가입자는 2만3809명이 감소한 반면 KT는 6077명, LG유플러스는 1만7732명 늘어났다.
SKT 관계자는 "경쟁사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면 우리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다른 이용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장기적으로 이통사의 요금 인하 및 투자 여력을 약화시켜 요금, 품질, 서비스 등 근본적 수단에 의한 경쟁을 막는다"고 말했다.
◆왜 하필 이 시점에...요금 인하 압박용?=업계에서는 SKT가 경쟁사에 요금 인하 압박을 가하기 위해 초강수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SKT가 출혈을 감수하고도 요금 인하안을 발표했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2주 가까이 요금 인하 계획을 발표하지 않자 '보조금 지급할 여력이 있다면 요금 인하에 나서라'는 우회적 압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SKT는 지난 2일 기본료 1000원 인하, 문자메시지 50건 무료 제공을 골자로 하는 통신료 인하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쟁사의 요금 인하 발표가 늦어지면서 SKT 내부에서는 '또 다시 우리만 손해를 보는 거 아니냐'는 불만이 높아져왔다.
통신요금 인하에 따른 SKT의 매출 감소는 매월 623억원 수준으로 연간 총 7480억원에 달한다. KT와 LG유플러스가 요금 인하 발표를 미룰 경우 초당과금제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앞서 SKT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당과금제를 포함해 정부 주도로 요금 인하안을 계속 내놓다 보니 항상 인가사업자인 SKT만 먼저 시행하고 경쟁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요금 인하안을 내 놓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초당과금제의 경우 SKT는 지난해 3월, KT와 LG유플러스나 이보다 9개월이나 늦은 12월에 시행에 들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요금 인하안을 발표하지 않아 SKT가 불만이 컸던 상황에서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질서 교란은 오히려 SKT" KT, LG유플러스 반발=KT와 LG유플러스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T측은 "지난 3개월간 경쟁사 가입자들을 빼앗은 것은 오히려 SK텔레콤"이라며 "가장 최근의 실적만을 근거로 자신들은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고, 경쟁사는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KT에 따르면 지난 3~5월간 번호 이동 시장에서 KT는 SK텔레콤에 8302명, LG유플러스는 2만1093명을 빼앗겼다.
KT는 또 "시장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소모성 비방선전을 지양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우리도 SKT의 위법행위를 찾아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며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LG유플러스측은 "SKT는 지난 3월에 53.3%, 4월 53.4%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으며 5월에는 순증 규모가 56% 이상으로 추정된다"면서 "SKT가 최근 스마트폰 단말 수급이 불안정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주도권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타사업자의 영업을 위축시키고자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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