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SK텔레콤(대표 하성민)이 단단히 뿔이 났다.
SKT는 15일 "KT와 LG유플러스가 SKT의 통신료 인하를 틈타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금지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SKT가 지난 2일 매출 출혈을 감수하고 요금 인하안을 발표한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가 요금 인하 발표 시기를 늦추자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T는 이날 제출한 신고서에서 "경쟁사가 이통통신 마케팅 사상 전례가 없는 최고 70만원 수준의 리베이트 정책을 운영하고 상품권, 노트북PC 등 수십만원에 이르는 과도한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SKT의 요금 인하안 발표를 계기로 KT와 LG유플러스가 6월 들어 오히려 보조금 규모를 대폭 상향하는 등 가입자를 늘리는 기회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보조금 지급으로 번호이동도 급증했다고 SKT는 지적했다. SKT가 요금 인하안을 발표한 달인 5월부터 6월14일까지 SKT 가입자는 2만3809명 감소했다. 반면 KT는 6077명, LG유플러스는 1만7732명 늘어났다.
SKT 관계자는 "경쟁사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면 결과적으로 우리도 같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다른 이용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피해를 끼치고 장기적으로 요금인하 및 투자여력을 약화시켜 요금, 품질, 서비스 등 본원적 수단에 의한 경쟁을 막는다"고 말했다.
SKT의 방통위 신고서 제출은 이달초 매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요금 인하에 나섰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요금 인하안 발표를 미루며 불만이 높아지던 가운데 나왔다.
통신요금 인하에 따른 SKT의 매출 감소는 매월 623억원 수준으로 연간 총 7480억원에 달한다. SKT측은 KT와 LG유플러스도 발표 시기를 늦추며 최대한 버틸 경우 결과적으로 자사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앞서 SKT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당과금제를 포함해 정부 주도로 요금 인하안을 계속 내놓다 보니 항상 인가사업자인 SKT만 먼저 시행하고 경쟁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요금 인하안을 내 놓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T가 요금 인하에 나섰지만 KT와 LG유플러스가 요금 인하안을 발표하지 않아 불만이 높았던 상황에서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현재 SKT의 초강수를 놓고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상황이다.
KT와 LG유플러스측 모두 "SKT가 방통위에 제출한 신고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입장을 정리한 뒤 밝히겠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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