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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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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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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조상님’. 동시대의 아이돌에 앞서는 H.O.T, 젝스키스, S.E.S 등의 1세대 아이돌을 지칭하는 ‘아이돌의 조상님’을 여배우의 세계에도 적용한다면 이자벨 위페르는 충분히 그 칭호를 얻을 만하다. 첫 주연작인 <레이스 짜는 여인>에서부터 최근 개봉한 <코파카바나>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배우로서의 의무에 소홀했던 적이 없었다. 이자벨 위페르는 사랑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소녀(<레이스 짜는 여인>), 혹은 사랑 때문에 가진 것을 모두 버리는 여자(<룰루>)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고도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여성의 절박함으로 매순간 강렬했다. 그리고 그녀는 유독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완벽한 구두점을 찍었다. 그것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여자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는 인물 모두를 이해하기 이전에 받아들이게 되는 <피아니스트>에서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세계를 만들고도 연기에 대한 그녀의 지론은 너무나도 단순하다. “연기하는 게 어렵다거나 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굉장히 다른 인물들을 연기할 때도 힘들지 않았어요. 또 연기 하면서 뭔가 다른 걸 생각하다든가 중점을 둔다든가 하진 않아요. 연기를 할 때는 그 역할이 다 나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모든 것을 다스린다는 성인의 경지처럼 배우의 어떤 경지에 오른 이자벨 위페르. 그것은 그녀의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영화광이라는 출신에도 기인한다. “영화나 연극 보는 걸 되게 좋아해요.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매일 연극과 영화 한 편씩 봐요. 저는 배우가 아니라 관객으로서도 좋은 관객인 것 같아요. (웃음)” 다음은 이자벨 위페르가 ‘위대한 그녀’가 되기까지, 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이다.
<#10_LINE#>

이자벨 위페르│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

1. <박쥐> (Thirst)
2009년 | 박찬욱

“한국 영화를 좋아해요. 프랑스 영화의 감수성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박찬욱 감독 뿐 아니라 홍상수, 임상수, 이창동, 김기덕 감독의 영화도 즐겨봤어요. <박쥐>는 영화 자체가 크레이지하다고 해야 할까요? (웃음) 테레즈 라캥의 원작도 워낙 좋았지만 거기에 박찬욱 감독의 상상력이 잘 더해진 것 같아요. 또 굉장히 시적인 영화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뱀파이어들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효율적인 흡혈을 위해 시신을 욕실에 매달고, 걸리적거리는 인간들을 제거하는 와중에도 아름다운 멜로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박쥐>는 여러 가지 결을 감추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영화에서 뱀파이어물의 정수를, 어떤 이는 걸작의 향기를, 어떤 이는 슬픈 러브스토리를 느낀다. 제 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이자벨 위페르│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

2. <미치광이 피에로> (Pierrot Le Fou)
1965년 | 장 뤽 고다르

“왜 좋아하냐구요? 그냥 너무 좋아하는 영화예요. 5편의 영화만 고르는 것도 힘든데 거기에 이유까지 대라고 하니까 힘들어요. (웃음)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는 영화사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어떤 자유를 줬다고 할까요? 특히 <미치광이 피에로>는 영화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됐어요.”


장 뤽 고다르의 영화가 그렇듯 <미치광이 피에로> 또한 감상보다는 분석에 가까운 영화다. 만화에서 광고, 명화까지 이야기와 상관없이 삽입되는 다양한 이미지들과 반전, 자본주의, 캐릭터의 성격까지 암시하고 상징하는 다양한 은유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사고의 날을 세우게 만든다.


이자벨 위페르│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

3. <도살자> (The Butcher)
1969년 | 끌로드 샤브롤

“끌로드 샤브롤 감독과는 작업도 함께 했는데 특별히 <도살자>를 여러분께 추천하는 이유는 영화 자체가 워낙 감동적이기 때문이에요.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굉장히 꼬여있다고 해야 할까요?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이 어렵잖아요. 그런 감정의 결들을 보여줘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끌로드 샤브롤 감독이 얼마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살인사건, <도살자>라는 제목, 스릴러. <도살자>의 첫인상은 서늘하고 피 냄새가 진동하지만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흐르는 우아한 분위기는 극적인 서스펜스의 순간마저 기품 있게 묘사한다. 히치콕의 열렬한 관객이었던 끌로드 샤브롤 감독이 히치콕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음에도 온전히 감독 자신의 이름으로 남는 수작이 되었다.


이자벨 위페르│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

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년 | 빅터 플레밍

“영화는 항상 그런 것 같아요. 로맨틱하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아니면 우리가 영화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 수도 있구요. 항상 그런 양면성을 가진 것이 영화의 매력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클래식하면서도 그런 영화의 양면성을 다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데 저 역시 여배우라는 걸 잊고 관객으로서 몰입되거든요.”


평생 동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단 한 권만을 쓴 마가렛 미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탄생부터 전설로 남기 충분했다. 당시로는 드물게 600만 달러가 투입된 대작은 전대미문의 캐릭터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와 레드 버틀러(클라크 케이블)를 탄생시켰다.


이자벨 위페르│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

5. <길> (La Strada)
1954년 | 페데리코 펠리니

“펠리니 감독은 영화사에서 거장이기도 하고 천재기도 하잖아요. <길>은 그 분의 영화중에서도 클래식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후에 나온 작품 중에는 기상천외한 것들도 많긴 한데, 이 영화는 가장 클래식한 작품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더 끌어당기기도 하구요.”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그 길 위에서 잠파노(안소니 퀸)와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 또한 만나고 헤어졌다. 약해지지 않기 위해 짐승 같은 모습으로 위악을 부리는 잠파노와 백치에 가깝게 순수한 젤소미나. 둘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지만 잠파노는 그녀를 떠나보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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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그녀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한 영화들

“실제 배우로서의 삶과 <코파카바나>에서 맡았던 주인공과의 삶은 공통점이 거의 없고 판이하게 달라요. 그렇지만 굉장히 중요한 하나의 공통점은 상상력과 삶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이죠. 사실 배우는 항상 꿈을 꾸면서 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영화에서의 캐릭터처럼 삶을 아름답고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그 점이 배우로서 가져야할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구요.”


카메라 앞에서 마냥 발랄하거나 낙천적이기만 했던 적이 없었던 이자벨 위페르는 <코파카바나>에서 우리가 모르는 얼굴을 꺼내놓았다. 착실하게 돈을 모아 결혼하려는 딸에게 모험과 낭만을 다그치는 엄마, 바부. 그녀는 사랑을 좇아 이리로, 사건을 따라 저리로 옮겨 다니다 이렇다 할 일도 없이, 딸의 존경은 기대도 못하게 늙어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그녀는 이자벨 아자니의 다른 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황홀한 마지막 장면을 선사한다. 낯설지만 어느새 이자벨 위페르의 한 조각이 된 바부를 보고 나면 그녀의 또 다른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 싶어질 터. 이자벨 위페르의 사진전 ‘위대한 그녀’와 그녀의 영화들을 모아놓은 ‘이자벨 위페르 특별전’으로 이 ‘위대한 여배우’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여정을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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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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