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無시장' 체질개선 시급..개정안표류 자구책 절실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투자자도 없고 쓸 만한 기업도 없고 투자자 보호장치도 없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 중인 장외시장인 프리보드가 한계를 드러냈다. 활성화의 열쇠로 꼽히던 경쟁매매 도입도 사실상 멀어짐에 따라 스스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한다는 평가다.
올 초 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프리보드를 차별화 된 자금시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프리보드 활성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가칭)'이 있었다.
법률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경쟁매매방식 도입, 불공정거래 규제, 코스닥 시장에 준하는 세제 혜택이다. 특히 경쟁매매(다수의 매도자와 매수자가 경쟁해 성립되는 거래)는 금투협과 프리보드업계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항이다. 현재 사용 중인 상대매매(매수와 매도 호가가 일치해야만 성립되는 거래)는 매매체결률이 낮고 불공정거래 여지가 높아 시장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 역시 이 법률 개정안을 중심으로 활성화 제도를 계획했다.
문제는 지난해 발의 예정이었던 이 개정안이 공염불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김용태 의원실은 "법안은 준비 중이지만 저축은행 사태 등과 맞물리면서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금융위원회의 분위기나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정국을 감안했을 때 법률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활성화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경쟁매매 도입 등 법률 개정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프리보드는 장외 시장인데 경쟁매매나 불공정거래 규제는 법적으로 정규 시장에만 적용이 가능한 사항"이라며 "현재 자본시장법 개정과 맞물려 있는 형국이라 프리보드 관련 법안을 따로 다루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률 개정만 바라보고 있던 금투협은 프리보드를 위한 새로운 대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꼽히는 것은 프리보드 기업 선정 기준을 강화해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이다. 14일 현재 프리보드 시장에 등록된 기업은 65개다. 12월 결산법인이 아닌 2개사를 제외한 63개 기업 중 37%(23개)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금투협은 올 초 진입퇴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두 달 새 등록된 3개사 중 2개사가 적자기업이다. 또 전체의 3분의 1인 24개사는 정규시장에서 상장폐지 된 기업이다.
최정일 금투협 프리보드부 이사는 "기업 난립에 따른 신뢰성 저하 문제는 공감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향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업 선정 기준 강화와 퇴출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보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의 유인책도 필요하다. 1000억원을 조성해 그 절반을 프리보드 기업에 투자하기로 기획됐던 프리보드 펀드의 현재 규모는 560억원에 불과하고 프리보드 기업에 대한 투자는 그 절반을 밑돈다. 사실상 프리보드 혜택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자금지원은 물론 기업 컨설팅 등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고정석 일신창투 사장은 "창투업계에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비중은 전체 10% 수준에 불과해 프리보드가 제 모습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회적인 지원책 보다는 거래제도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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