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장이 1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IMF수석부총재,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피셔는 그러나 67세의 고령의 나이와 미국, 이스라엘 등 두 개 이상의 국적을 가진 이중 국적 문제, 아랍국·신흥국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등 세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피셔의 출마로 IMF 총재 자리를 놓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과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삼파전을 벌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피셔는 이날 성명에서 "IMF 수장 자리를 놓고 특별하고도 예상치 못했던 기회이며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며 "심사숙고 끝에 총재직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셔는 IMF 후보접수 마감인 지난 10일 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피셔는 이미 유럽연합(EU)회원국과 러시아 등 약 35%의 지지층을 확보한 라가르드 재무장관의 강력한 경쟁자로 주목받게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피쳐는 라가르드 장관과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와 삼파전을 벌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피셔는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1988년부터 3년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1994년 신설된 IMF의 초대 부총재직을 2001년까지 맡아왔다. 이후 씨티은행 부회장을 역임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이스라엘 경제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라가르드 역시 유럽 단일후보로 미국의 사실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최근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을 순방하며 주요 신흥국들의 지지 확보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스텐스 총재는 중남미 국가에서 적극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IMF는 총재 취임 연령을 65세 미만, 재직 연령을 7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어 피셔 행장이 당선될 경우 관련 규정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IMF가 총재의 나이제한 규정을 고치거나, 피셔의 총재직 지원서를 받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태어난 피셔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도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워털루대의 베스마 모마니 교수는 "피셔는 훌륭한 후보가 될 것"이라면서도 "아프리카에서 자라나 이스라엘에서 활동했지만, IMF 부총재를 지낸 만큼 그는 미국인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WSJ는 "피셔가 나이 제한과 이중 국적이라는 난관을 극복한다고 해도, IMF총재로서 아랍국가들과 신흥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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