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황덕호 재즈컬럼니스트, 키스 자렛을 논하다

시계아이콘02분 0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황덕호 재즈컬럼니스트, 키스 자렛을 논하다
AD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허비 행콕과 펫 메스니에 이어 또 다른 ‘재즈의 거장’인 키스 자렛까지. 2011년 상반기, 한국 서울에서는 ‘재즈 천국’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존하는 최고 재즈 거장들의 내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즉흥 재즈 연주의 1인자’로 손꼽히는 키스 자렛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한국 최고의 재즈 컬럼니스트 황덕호 씨가 애정이 듬뿍 담긴 공연 리뷰를 본지에 보내왔다.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지난 해 10월, 국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잊지 못하고(당시에는 게리 피콕, 잭 드조넷과 삼중주 편성으로 내한했다) 5개월 만에 다시 서울 무대에서 독주회를 가진 키스 자렛(Keith Jarrett)이었지만 그는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더군다나 가능한 이 공연을 음반으로 발매하기 위해 자렛은 녹음 장비를 동원했는데 세종문화회관의 모든 냉방기는 소음방지를 위해 꺼져 있는 상태였다. 객석에서도 다소 덥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아마도 조명을 받고 있는 연주자의 체감 온도는 훨씬 높았을 것이다.

황덕호 재즈컬럼니스트, 키스 자렛을 논하다

1970년대 초반부터 아무런 레퍼토리를 정하지 않은 채 장시간의 즉흥연주로 재즈 피아노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던 이 명인의 연주는 2000년대 들어 짧은 모음곡 형식으로 그 모습이 바뀌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그 곡의 길이가 더욱 짧아졌고 어떤 곡에서는 악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불안하게 끝을 맺는 모습도 보였다. 즉흥연주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정신적 집중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어지던 그의 장대한 즉흥연주가 어느덧 먼 옛날의 모습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안타까웠다. 그간 그리 좋지 못했던 그의 건강과 어느덧 흘러버린 세월을 곱씹어야 했다. 더군다나 그는 곡 중간에 건반의 낮은 음을 두드리며 음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고 잠시 대기실로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한 공연 관계자는 그가 ‘너무 덥다’고 말했다고 했다). 2부까지 여덟 곡으로 이어진 그의 즉흥 모음곡이 끝나고 자렛은 무대 뒤편으로 결국 사라졌다.


하지만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청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립박수로 자렛을 불렀으며 그때마다 자렛은 무대로 나와 진심 어린 인사로 답례했다. 하지만 앙코르 연주가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기를 몇 차례, 그가 드디어 피아노에 앉았다. 처음에는 블루스 즉흥연주. 하지만 끝나지 않는 커튼 콜. 그 답례로 이어진 스탠더드 발라드. 이때 그는 자신의 기교를 결코 내세우지 않았다. 피아니스트라면, 특히 많은 관중 앞에 앉은 연주자라면 응당 그들에 대한 답례로 한번쯤은 화려한 아르페지오를 펼쳐 볼만도 한데 그는 독하게도 그걸 참고 있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이미 그 세계를 떠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바흐의 평균을 매우 천천히 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손끝은 오로지 작품의 아름다움을 깊이깊이 음미했고 그 소리에 아마도 청중들은 마음속에 어슴푸레한 저녁노을을, 반짝이는 별들을,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을 떠올렸을 것이다.

황덕호 재즈컬럼니스트, 키스 자렛을 논하다


무려 네 번째 앙코르 ‘날 떠나지 마세요 Don't ever leave me’가 끝난 뒤 박수 이전에 비명과도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청중들은 그를 놓지 않았다. 그는 소문대로 예민하고 또 그만큼 피곤한 상태였지만 동시에 우레와 같은 청중들의 박수와 환호를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과 감사함이 함께 묻어났다. 객석에서 누군가 “사랑해요, 키스 자렛!”을 외치자 그는 조지 거슈인의 ‘사랑해요, 포기 I Loves You Porgy’의 첫 소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가 연주 할 때면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곡이 시작 되자마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그 소리 역시 피아노 소리와 뒤섞이며 아름다운 음악이 되었다. 야구로 치자면 9회 말 대역전극이었다. 연주를 마친 뒤 자렛은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 팬들에 대해 고맙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눈물지었다. 그간 키스 자렛에 대한 열렬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내 무대에 오지 않은 것은 국내 재즈 팬들에게 일종의 상처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것이 우리만의 짝사랑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새삼 알았다. 일견 까다로운 그의 내면에 흐르는 음악에 대한 뜨거운 헌정과 청중들에 대한 감사를. 그리고 어찌하여 사람들은 ‘까도남’(까다로운 도시 남자)에게 매혹되는가를. 글_황덕호(재즈컬럼니스트)




태상준 기자 birdca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