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유럽 위기와 중국 긴축 우려에도 글로벌 증시의 버팀목이 됐던 미국 경기까지 우려의 대상이 됐다. 미국 시장은 연일 하락하며 주요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제한됐다지만 국내 시장도 이달 들어 연일 약세다. 전날에는 2100선도 내줬다.
국내 기업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생겼다지만 외부환경을 생각하면 쉽사리 매수세에 나서기도 힘든 형국이다. 그리스발 채무위기나 미국의 경기 회복속도 둔화는 시장의 발목을 끈질기게 아래로 잡아 끈다. 코스피는 이동평균선 밀집구간에서 눈치보기 및 지지력을 모색하려는 흐름이지만 모멘텀 공백 구간에서 일부 핵심 주도주들의 급락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주 산재한 이벤트들의 무게감은 그다지 가볍지 않다. 내일 선물·옵션 만기일과 모레 금융통화위원회가 큰 영향없이 지나간다 하더라도 글로벌 증시를 누르고 잇는 기존 악재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스의 자구노력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매듭이 쉽게 풀리기 어렵다.
요즘 급락하고 있는 정유·화학주들의 모습은 유가의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오늘 열리는 OPEC회담에서 증산 가능성이나 QE2 종료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에 민감해지는 미국의 정치적인 변수 등이 추가적인 유가 하락을 이끌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낙관보다 비관적인 상황이 더 많이 보이는 게 6월 코스피의 현주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금의 조정은 가격조정이 아니라 기간조정이니 조정 마무리 후의 상승장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란 얘기다.
그렇다고 당장 상승추세 복귀를 하는 것은 아니니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응도 자제하라고 권했다. 수익률을 낮추고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권고다.
다수 의견은 당분간 기간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반등신호가 이미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신영증권은 '선도주'의 개념을 들어 이같이 분석했다.
선도주란 시장의 흐름에 앞서 먼저 움직이며 시장추세가 변하기 전까지 자신들의 흐름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주식을 일컫는다. 과거 미국주식시장뿐 아니라 경기 흐름을 선행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 GM 같은 주식이 대표적이다.
신영증권이 주목한 선도주는 원자재시장의 설탕, 미국 증시 바닥권 확인신호의 선도주 애플, 코스피를 선행하는 현대제철이다.
설탕은 원자재시장의 바닥권과 고점에서 두드러지게 선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단기급락 이후 원자재 가격 흐름의 이상징후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설탕가격은 5월초 바닥권을 형성하고 상승흐름으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 미국증시의 선도주인 애플은 특히 고점보다 조정구간에서 변곡점 신호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2009년 3월 바닥권에서 애플의 상대강도는 지난 고점 수준을 회복하며 추세반전의 신호를 나타냈다. 2010년 5월 조정기간에도 유사하게 반복됐다. 지금 애플의 상대강도는 단기 바닥권을 형성하고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았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상관관계가 높은 선도주그룹이 코스피를 2개월 선행했다. 이들 선도주그룹의 상대강도는 이미 조정을 마무리하고 이전 고점을 상회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신영증권은 선도주 흐름만으로 종합해보면 이번 조정의 마무리와 추세반전은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보다 원자재 가격과 코스피와 같은 이머징 지수의 강세부터 선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초반 상승세를 보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발언에 따른 실망감으로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0.16%(19.15포인트) 하락한 1만2070.81을, S&P 500지수는 0.10%(1.23포인트) 내린 1284.94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0.04%(1.00포인트) 빠진 2701.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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