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스트로스 칸 전 총재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IMF 총재자리 후임자 선출 시한이 30일로 다가왔다. 유럽의 IMF 회원국들은 유럽 출신이 IMF총재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은 신흥국 출신이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의 거부권을 가진 미국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재무장관을 밀고 있고, 일본도 미국의 뒤를 따를 방침이어서 라가르드에게 IMF 총재자리는 따논 당상과 같아 보인다.
◆미국과 일본, 라가르드 지지한다=로이터 통신은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미국과 일본의 지지에 힘입어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될 것이라고 일본의 니혼게이자 경제신문이 5일 미국 워싱톤의 금융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은 IMF 투표권의 48%, 일본은 6.46%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 국가와 미국, 일본이 라가르드를 지지한다면 그는 51%이상의 지지를 얻어 총재에 오를 수 있다.
IMF 지분율 17.41%로 최다 투표권을 가진 미국은 이르면 오는 10일 각국이 IMF 총재후보를 지명하는 시한이 지나는대로 라가르드 지지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대신, “새로운 IMF 총재는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업적을 바탕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신흥국, “유럽 출신 총재론은 시대착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국가들은 세계경제에 영향력을 더 많이 행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IMF 총재직은 유럽이 아니라 신흥국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럽출신이 총재직을 맡아야 한다는 유럽 국가의 논리를 ‘시대착오’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지만 후보도 단일화되지 않았는데 투표권에서도 밀린다. 인도,중국,브라질,러시아 등 이른바 브릭스 국가의 투표를 위한 지분율은 12%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후보로 지명된 사람은 라가르드를 비롯, 아구스틴 카르센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그리고리 마르첸코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총재 등 세 사람인데 라가르드를 제외하고는 크게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전세계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벌여 2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6명가운데 32명이 라가르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비록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총재가 ‘최적임자’라고 답했으나 65세 이상은 총재직에 임명될 수 없으며, 70세 이후에는 직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IMF 규정에 따라 그는 사실상 가능성이 없어졌다.
이 때문에 라가르드는 IMF 총재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그는 G20 프랑스 회의 개최를 주도했고, 미국 베커 맥킨지 법률회사 공동 회장을 역임해 ‘흠없는’ 영어를 구사하는 프랑스 여장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를 2009년 가장 우수한 재무장관으로 뽑기도 했다.
IMF는 6월 말까지 차기 총재를 뽑아야 하는데 IMF이사회는 표결을 하더라도 투표 후보자에 합의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총재가 되면 어떤 대우 받나=IMF 총재는 한마디로 세계 금융시장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는 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감독하고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하는 데 총재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임기는 5년이며 연봉 42만 달러에 별도의 업무추진비를 받으며 해외여행시 1등석, 호텔 숙박비를 제공받는다. 연금 혜택도 있다.
1946년 IMF 출범이후 10명의 총재가 선출됐는데 모두 유럽인이었다. 이중 4명이 프랑스인이고, 2명이 스웨덴이었으며, 독일과 스페인,벨기에 및 네덜란드 출신이 각 1명이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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